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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 Apr 26. 2020

디모테오에 대한 오해 - 3인칭 관찰자 시점, 조경아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디모테오가 있을까?

< 3인칭 관찰자 시점, 조경아>


세상에는 수많은 사이코 패스 범죄자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사이코 패스 범죄자들을 논의할 때, 그 형질은 유전되는가? 사이코 패스의 자식은 사이코 패스의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는가? 에 대한 의문도 항상 따라다닌다. 사이코 패스의 기질이 유전되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는 아직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사이코 패스의 자식 전부가 완전한 사이코 패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책은 가벼운 흐름으로, 우리에게 그 논지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볼 계기를 던져 준다.



이 책의 주인공은 디모테오라는 아주 잘생긴 신부로, 그는 심해 성당에 새로 부임하게 된다. 그의 수려한 외모와는 달리, 테오가 가진 고유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차가움으로 그는 성당의 신도들에게 매우 인기를 얻게 된다. 그러나 갑자기 테오를 스토킹 하듯 집착하던 성당의 소녀 레아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테오의 아버지가 여자를 10명이나 죽인 살인자 강치수임이 밝혀지게 된다. 또한 테오가 사이코 패스인 아버지 강치수로부터 12년간 살아남았고, 친구의 누나와 어머니가 잔인하게 살해됨을 목격한 후에 강치수의 은신처를 고발하여 체포되는데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한 사람임이 드러나며 테오는 레아를 살해한 범인이라는 의심을 받게 된다.


'3인칭 관찰자 시점'이라는 제목대로 이 책은 주인공인 디모테오의 챕터는 없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의 처음과 끝이 전체의 내용과 아무 관련이 없는 인물, 사기꾼 도팔에 의해 매듭이 지어진다는 점이다. 더욱 아무 관련이 없는 제3의 인물을 데려옴으로써, 이 책의 내용 전체를 액자처럼 담아버리는 것이다. 3의 인물을 데리고 와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는 것 또한 흥미로운 점이다. 첫 챕터와 마지막 챕터를 제외하고 이 글은 디모테오와 가까운 주위 사람들의 시선으로써 흐름을 이끌어나간다. 주로 주인공 테오의 친구 베드로, 사건을 담당한 남 형사, 레아의 주치의 마 교수의 시점에 의해 진행되는데 타인의 시선으로 테오를 바라보게 됨으로써 독자도 테오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테오가 레아를 죽인 게 아닌가? 테오가 사실은 아버지와 똑 닮은 사이코 패스가 아닐까? 독자는 그저 테오를 관찰하는 다른 이들의 시점으로 테오를 바라보기에 그를 어느 정도 편견에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테오의 예민함과 사람을 꿰뚫는 힘은 사실 아버지 강치수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개발되고 형성된 능력이다. 하지만 테오의 아버지 강치수는 자신의 아들이 자기와 같은 부류라고, 심지어 자기보다 더 한 사이코 패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편견적인 시선을 따라 독자들도 마음속 한편에서 테오를 의심한다. 하지만 결국 테오는 이 사건의 범인이 아니었다.


이 책에서는 네 명의 사이코 패스가 나온다. 테오와 테오의 아버지 강치수, 죽은 레아, 그리고 마 교수. 강치수는 책의 서술에 의하면 선천적 사이코 패스로 밝혀지고, 죽은 레아는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의 계기로 발현한 후천적 사이코 패스이다. 그리고 마 교수는 이 책에서 테오에 의해 사이코 패스로 진화하다 멈추게 된 사이코 패스이다. 마지막으로는 이 책의 주인공 테오인데, 그는 사실 이 책에서 사이코 패스로 분류하기 어렵다. 그는 아빠 강치수와 조금은 닮은 면모를 보이는 유전적 요건과,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친구 누나의 살해 현정을 목격한 트라우마적 과거가 있다는 후천적 요인이 둘 다 있지만 결과는 현저히 달랐기 때문이다. 테오는 가정폭력을 당하던 요셉을 구해주기도 하고, 마 교수의 범죄를 멈추기 위해 그의 마음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회유했던 착한 신부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에는 강치수, 레아, 마 교수 이 세 명만이 사이코 패스뿐이라고 단정 짓고 싶다.


책 내에서 테오의 잘생긴 외모에 대한 묘사가 많이 등장하는데, 책이 진행될수록 외모는 테오에게 엄청난 단점으로 작용한다. 슬픈 과거와 더불어 테오의 외모는 글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아마 테오는 그저 평범한 외모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는 아무 잘못 없이 수많은 오해와 편견 들에 맞서 싸워 왔으니까. 그리고 책에서 등장하는, 사이코 패스의 자녀들이 그들의 부모들처럼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에 그들을 관리하고 지켜보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생각해 볼 만하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디모테오들이 있을까?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고통받고 있을까? 우리는 끝없이 의심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편견을 벗어 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디모테오도 사람들의 편견을 이기지 못하고 작은 수도원으로 발령 받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친구 베드로와 그를 믿어주는 안나 수녀 님, 또 그를 믿게 된 요셉이 있기에 그의 인생을 그렇게 불행 하지 만은 않다. 이 세상의 디모테오들 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글이 쉽고 빠르게 읽힌다. 어려운 문장이나 표현 없이 사건의 전개 속도나 호흡도 빠른 편이어서 가볍고 쉽게 읽히는 추리소설을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덧붙여, 나도 디모테오의 실물이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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