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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 Jan 26. 2023

2023 연초의 생각들

작년의 나는 익숙해지고, 떠나보내고, 자주 기쁘고 때때로 슬펐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인생이 행복해지고 생각으로 고통스러울 때의 나는 발전한다. 나에게서 둘은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나 자신에게 조금 더 고통스러운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채찍질해야만 해. 깨고 부딪혀야 해.


같은 회사를 다닌 지 거의 2년째가 되어가면서 나는 회사가 한 번에 200명을 해고하는 것을 목격했다. 같이 일하던 사람이 연중 해고당한 뒤 다른 회사에서 연말에 또 해고당한 것을 보며 다시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 삶은 팍팍하고 나를 기다려주지 않아.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위기감이 나를 엄습하지만 나태한 나는 또다시 굴러다닌다. 그러다가 지쳐서 한숨을 쉬어.


나이를 먹을수록 거슬리는 게 많아진다. 거슬리는 사람이 싫어진다. 마이너스 행동의 누적치를 셈한다. 그렇다고 나도 깨끗한 사람이 아님을 나도 알지만 나와 맞지 않는 모난 사람과 같이 굴러가지 못하겠다 선언한다. 사람은 언제나 곁에 있다가도 멀어지고 멀다가도 가까워지는 법. 피곤하지 않으려면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다짐한다.


생전 찾아오지 않았던 불면의 밤이 나를 엄습한다. 수면유도제를 바라보며 고민한다. 이걸 먹을까 말까. 하루에 네 시간을 자는 일상이 반복되며 나는 점점 더 예민해진다. 머리에 셔터를 닫듯이 잠을 자게 만드는 게 싫지만 걱정과 고민과 생각이 꼬리를 물고 눈뜨지 않아도 나를 죽게 만드는 게 더 싫어.


우울은 항상 나의 기저에 있음을 다시금 생각한다. 빛이 쨍쨍할 때는 몰라, 마치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녀. 죽을 때까지 이 우울과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아득해진다. 죽고 싶지 않은 마음과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즐거운 건 좋아, 하지만 즐거움 다음에는 반드시 슬픔이 온다. 죽은 이를 데리러 오는 사자(使者)처럼 내 우울이 다시 나를 부른다. 진짜 죽고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나요? 영원히 궁금할 나만의 난제.


올해의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달갑지 않은 이방인이 될 것이냐 앞길을 모른 채 떠나는 이주민이 되어야 하나. 그 어느 것도 정해지지 않고 그 어느 것도 약속되지 않고 그 어느 것도 영원하지 않은 순간들이 나를 불안정하게 한다. 싫었던 것도 아무렇지 않은 때가 오고 좋았던 것도 아무렇지 않은 때가 와, 나도 그걸 알아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럴 수 없어.


처음에는 반 오십의 나라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큰 오만이었지. 이제 나는 안다. 반백살의 내가 될 때 까지도 나는 이렇게 나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어른이 될 것이다.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처음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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