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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Feb 22. 2021

시스템이 기업을 강하게 만들고, 시스템은 리더가 만든다

<초격차: 리더의 질문> 서평

세계 3대 컨설팅펌은 맥킨지와 BCG, 베인앤드컴퍼니입니다. 맥킨지의 컨설팅 전략은 CEO와 관 간에 네트워크와 경영자문 서비스로 1960년대까지 이 시장을 개척, 장악했습니다.

이후 등장한 BCG는 비즈니스모델 캔버스 등 도식화 비즈니스 모델의 체계화로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고, 베인앤드컴퍼니는 이 전략의 체계화와 인하우스 컨설팅으로 새 장을 썼습니다. 컨설팅 시장의 전환에서 경영환경의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경영에 있어 1950년대 이전은 '아이디어', 이후에는 '전략'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 이후부터는 '시스템'의 시대입니다.

2000년대 이후부터 자리잡은 혁신의 속도 경쟁과 효율성과 창의성을 창출하는 조직(시스템) 관리 방안은 모든 경영자들의 고민이 됐으며, 많은 케이스 연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이 자신이 경험하고 판단한 능동형 혁신 조직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 고민한 책을 냈습니다. '초격차 리더의 질문'이란 책입니다. 최근 관심 갖는 혁신조직에 대해 권 고문님의 책을 접하게 돼 부족하나마 글을 몇자 썼습니다.








<출판사 협찬 서평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秦)나라는 법가사상으로 나라의 기틀을 닦았다. 진나라 법가사상의 초석을 세운 인물은 효공 때 재상 상앙(商鞅)이다. 상앙은 부국강병을 달성하기 위해 법치주의를 다뤘으며, 제도주의적 관점으로 접근했다.



예컨대 마을 구성원들이 서로를 감시하는 '십오제(什伍制)'를 통해 백성들이 납세•징병 등 의무를 자발적으로 하게 했다. 군공수작제, 악습 퇴치, 억상정책, 노예제 폐지 등을 펼쳐 특정 계급으로 부의 집중을 막는 한편 왕실과 백성의 힘을 강화했다. 무정부주의적이었던 도가나 백성들의 능동적 행위를 기대했던 유가처럼 명분•도덕률에 천착하지 않는 현실적 접근법이다.



상앙과 관련해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상앙이 남문 시장거리에 큰 나무를 세우고 누군가 이를 북문으로 옮긴다면 십금(十金)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믿지 않고 움직이지 않았다. 상금을 천금으로 올려도 마찬가지였다. 상금을 만금으로 올리자 어떤 이가 설마 하는 마음에 나무를 옮겼는데, 상앙이 흔쾌히 만금을 상금으로 내어준 것이다. 백성들에게 제도가 지켜질 거란 믿음과 함께 이를 지켰을 때 충분한 인센티브가 있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사기>의 '상군열전'에는 '백성들은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았고, 도둑도 더 이상 생기지 않았다. 집집마다 매우 넉넉해 모자람이 없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용감히 싸웠고, 서로 양보하며 개인 간 다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구절이 나온다. 상앙이 법치주의로 국가 기강을 세우고 국부를 축적함으로써 진나라가 천하를 제패한 것이다.


이렇듯 제도와 문화•신뢰는 그 자체가 시스템(체제)이자 방법론이며, 정교한 시스템은 곧 조직의 경쟁력이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로마와의 전쟁에서 연전연승 했지만, 카르타고의 후진적 정치 문화와 로마의 앞선 시스템에 밀려 결국 무릎 꿇고 말았다.


'천하통일' '세계일류' '업계 1위'. 기업가라면 누구나 최고를 꿈꾼다. 이를 달성할 전략(비즈니스 모델) 역시 튼튼하게 마련한다. 그러나 비즈니스는 꿈이 크고 멋진 그림을 그린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란 목표를 구체화하고 실현하며, 고난을 이겨내는 일의 반복이다. 최고가 되려면 목표를 이룬 뒤 더 큰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런 과제를 끊임 없이 달성하기 위해선 힘 있고, 능동적이며 행동력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모든 기업가가 이런 조직을 만드는 데 고민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일군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이 자신의 44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고민을 풀어낼 수 있는 대답을 내놨다. 신간 <초격차: 리더의 질문>을 통해서다. 2018년 출간한 <초격차>의 속편 격이다.


‘혁신을 실패 없이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최우선 고려해야 할까’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등 여러 기업가들의 32개 고민•질문을 종합해 ‘초격차’ 기업이 되기 위해 리더가 알아야 할 포인트를 정리했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지속 가능한 혁신은 좋은 기업 문화에서 탄생하며, 리더는 이런 기업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주체가 돼야 한다.”


권 고문의 메시지는 근본적 질문을 낳는다. ‘왕과 섭정의 차이는 무엇인가.’ 왕은 조직이 영속하고 지속적 확장, 혁신할 수 있는 리더십과 문화를 만들어야 하며, 섭정은 이를 관리 통제하고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신은 왕인가, 섭정인가.’ 기업가라면 꼭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기업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분화하고 결합하며 진화한다. 기업가가 분화•결합의 어느 순간에서 멈추면 조직의 진화는 중단된다. 노년 부모가 중년의 자녀를 세 살배기 취급하듯, 기업가가 1000명 기업에 40명의 조직 문화•관리 방식을 들이밀면 성장은 멈추고, 발전에 실패한다. 기업가도 성장하고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되며, 조직이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권 고문은 이 책을 1장 ‘리더’ 2장 ‘혁신’ 3장 ‘문화’로 구성했다. 각 장의 제목은 권 회장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무엇’에 해당한다. ‘어떻게’는 각 장의 흐름에서 읽을 수 있다. 1장은 리더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평가하는 한편, 지속적 혁신할 수 있는 토대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의 순서로 전개된다. 리더가 가져야 할 리더십과 권한의 위임, 갖춰야 할 지식, 인재 등용 등. 복잡한 결제 라인이 조직의 민첩성을 떨어트린다는 현실적 조언이 와닿는다.


2장은 혁신의 이유와 방향,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이 얼만큼 중요한지 일깨우고, 이런 조직은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지 소개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장을 키우기 위한 인재의 발굴과 양성, 또 스케일업을 넘어선 ‘스테이터스업’의 조건을 제시한다. 이런 시스템과 인재 발굴 체계는 제도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다. 혁신과 더불어 조직원들의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기업 문화는 무엇이며,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다양성이 용인과 도전•창조•협력•소통 등 기본적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을 어떻게 내재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기다.


고난과 역경에서 깨달은 통찰을 글을 통해 전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례에 입각해 쓰다간 체계화되지 않은 정보의 전달에 그치기 마련이다. 거대한 경험이 작아 보일 수 있고, 작은 경험도 커 보이기 일쑤다. 활자로 생각의 깊이와 무게감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기 어렵단 얘기다. 그러나 권 고문은 <초격차: 리더의 질문>에서 능숙하게 자신의 경험을 체계화 하고, 한 두 줄의 전달력 높은 메시지로 독자가 곱씹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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