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20대에는 정말 간절하게 이식받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식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서 이식센터의 연락을 받고 캐리어에 짐을 싸 두었다가 풀기도 하고, 그렇게 좌절을 거듭하며 20대를 보냈다.
돌이켜보면 나의 20대는 참으로 우울했다. 그러던 중 죽음에 대한 생각도 정말 많이 하게 되었다. 당시 가슴에 품고 살던 것은, 투석환자의 65퍼센트가 5년 안에 사망한다는 기사였다. 나는 늘 운이 나빴던 편에 속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살아남는 35퍼센트에 속하리라는 생각보다는 65퍼센트의 죽음에 속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서른 살이 되지 못할 줄 알았다.
스물일곱의 밤이었는지, 스물여덟의 밤이었는지는 정확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혹시라도 내가 죽으면 어떡하지? 그 날카로운 문장이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당시의 나는 무척 건강했다. 신장이 망가진 것 외에는 다른 이상이 없었다. 혈액검사 수치를 보면 이렇게 건강할 수가 없을 정도로. 그 시절을 생각하면 생애에 가장 활력이 있고, 가장 날씬했던 때였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곧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아까웠다. 죽으면 그냥 썩어 없어지는 것 아닌가. 이미 신장은 망가졌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다른 멀쩡한 장기들은?
나와는 또 다른 병으로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이 있다. 내가 죽더라도 나의 장기가 그들에게 전해져 그들에게 새 삶을 줄 수 있다면. 그로 인해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지고, 곁에 있는 가족들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보다 의미있는 일은 없다. 장기 기증 신청을 해야겠다!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졌다. 조금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긴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는 건강하지 않은 사람. 희귀 난치병 환자. 나 같은 사람의 기증 신청을 받아줄까? 아니야, 다른 건 다 건강하잖아. 내 병이 전염되는 것도 아니잖아. 늦은 시간까지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돌아온 신장내과 외래. 나는 교수님 진료실에서 교수님께 여쭤보았다.
"교수님 제가 신장 말고 다른 건 다 건강하잖아요? 혹시 제가 잘못되면, 다른 분들께 다른 장기는 이식해 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으흐흑..."
말하던 중간에 어느 지점부터 눈물이 북받쳐 올랐는지 모르겠지만, 부끄럽게도 교수님 앞에서 발음이 뭉개지도록 울었다. 교수님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달래주셨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겠지만, 당연히 신장 빼놓고는 다 기증이 가능하다고 어깨를 토닥여주셨다.
눈물을 훔치고 교수님 진료실을 나왔다. 그리고 바로 장기 기증신청서를 작성했다. 쓸모없는 병든 나의 인생, 이라고 생각했던 이십 대의 나날들. 기증신청서를 쓰고서야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 생겼구나,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며 살다 보니, 여전히 나는 살아있다. 아직 나의 목숨도, 타인의 목숨도 구하지 못한 채로. 그러나 여전히 뜨거운 가슴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