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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연 Oct 30. 2024

대구에 갑니다.


주말에 갑자기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았지요.

아빠와의 이별의 순간을 막연히 상상했을 때...

나는 담담하지 않을까 했는데 마음이 계속 오르락내리락 수시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좋았던 일들, 안타까운 일들 생각도 참 많이 나고요. 

하지만 오늘 오전에 혼자 있던 집안에서 내 나름대로 아빠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했는데... 아빠가 다 들으셨나 봐요. 정말 거짓말처럼 오늘 정오에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1958년생. 아직 너무 젊으신데... 그 무엇도 돌이킬 수가 없네요. 아빠의 사업 실패로 가족들 모두 고생이 많았고, 무책임하고 나약했던 아빠를 참 많이 미워했습니다. 이렇게 삶이 짧은 줄 알았더라면 미워하지 않았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1억이나 넘는 빚을 받으러 갔는데, 거래처 사장님은 이미 잠적하고 집에 덩그러니 아이들만 있는 것을 보고 아무 말도 못 한 아빠. 아이들 걱정된다고 쌀 한 포대랑 라면 한 박스 사서 들여주고 가지고 있던 돈 쥐어주고 오셨던 분이라, 늘 마음껏 미워할 수도 없었어요.

나의 인생에도 아빠처럼 무심한 듯 따뜻한 어른이 있었더라면... 아마 지금보다는 덜 차가운 사람으로 자랐을 거라고 참 많이 생각했거든요.


대구에 갑니다.

아빠 잘 보내드리고 올게요.


사실 나에게는 좋은 아빠가 아니었, 다고 하기에는 또 좋은 추억이 떠올라 서러운 밤이네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렀던 경상도 남자, 그러나 정말 좋은 사람이고 좋은 어른이었던 동희 씨. 잘 가시라고 같이 빌어주세요, 친구들.


지난 글에 남겨주신 댓글에는... 답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 글로 갈음할게요.


미워하지 말고, 그 누구도 미워하지 말고 서로 사랑해요. 우리 그렇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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