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을 하며 마감을 한다. 그러나 인간이란 어떤 동물인가. 당장 내일이 시험이어도 책상에 앉아서 서랍정리를 하는 습성을 지닌 생명체가 아닌가. 어느 정도 갈피를 잡았다고 착각한 순간, 브런치를 들여다본다. 지금은 만나기 힘든 오랜 친구들의 최근 글을 읽으러도 가보고, 내 브런치의 통계도 살펴본다. 아주 오래된 글을 사람들이 읽어서 그 제목이 떠 있기도 하다. 신기해서 나도 그들을 따라가서 친근한 그 제목의 글을 읽어본다. 와. 내가 이렇게 깨발랄했다니. 머리통에 꽃밭을 키웠나. 맞아, 이때는 사람들을 참 좋아했지.
지금의 나를 보면, 인류가 지긋지긋한 사람. 타인의 안 좋은 소식을 들어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일단 나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데, 타인의 일에 감정이 흔들릴 에너지 따위 없다. 가슴이 촉촉하던 사람이 참 많이 변했구나 싶다.
내가 말을 참 예쁘게 했었는데... 사실 그래서 나의 칭찬을 싫어하는 이도 있었다. 이상한 의미의 싫어함까지는 아니고, 정말 오래된 친구여서 나의 무분별한 칭찬을 늘 지적했었다. 칭찬을 너무 많이 하면 상대가 그 칭찬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니 칭찬은 가끔만 하며 살아가라. 나보다 일곱 살이 많은 그 친구는 그렇게 말했었다. 요즈음은 칭찬 안 한다. 사람들하고 이야기도 잘 안 한다. 우주에 오로지 나 혼자 뿐이다.
아무리 외롭고 힘들어도, 나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일은 누구도 도와줄 수가 없다. 나의 외로움도 힘듦도 타인에게 기대는 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서른이 훌쩍 넘어서야 깨달았다. 많은 고난을 겪다가, 나를 미혹하는 사람들을 만나 좀 속아본 이후로는 냉혈한 티발뇬이 되어버렸다. 요즈음은 거의 세상에 대고 욕을 하는 사춘기 소년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도 같다.
그래도 단단하게 살아간다. 사실은 너무너무 힘들어서, 도무지 글이 써지지를 않아서 마감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계속 나 자신에게 욕을 뱉어가며 나의 세계를 건설하는 일을 회피해보기도 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글을 안 쓰고 싶어? 아니, 쓰고 싶어. 세상에게 너를 증명해보고 싶지 않아? 증명하고 싶어. 하지만 '증명'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지는 않을 거야. 아직 앞 날에 대해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단은 내게 주어진 이 일을 해내야 한다. 그저 묵묵히 내게 주어진 이 산만 넘고서, 또 뭘 어떻게 하며 살아갈지 다시 고민을 하자.
잘 살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다.
일단 오늘 무사히 마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