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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oprlej Jun 25. 2019

08

혼자가 너무 좋은데,

혼자를 견딜 수가 없다.


외로워서 사람을 찾았다가,

사람들 사이에서 더 끔찍하게 외로워져서는,

다시 또 혼자에 익숙해진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은

어렸을 때부터 줄곧 혼자였다.

형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집엔 항상 아무도 없었다.

친구는 몇 있었지만,

딱히 그들에게 속마음을 공유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그런 것에 큰 의미를 두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자기 연민에 빠질 일도 아니었다.

처음부터 쭉 그랬으니까,

그냥 그게 당연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혼자에 익숙해졌고,

별로 그 느낌이 싫지도 않았다.


혼자를 좋아하는 내가,

혼자가 너무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너는 원래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잖아.

원래 넌 잘 외로워하는 타입이니까.

라고 누군가 말할 때마다,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 아니라

사실은 내 인생이

남들보다 아주 조금,

손톱만큼 더 외로운 인생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내가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강한 사람이라

이렇게 잘 버텨내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때 한참 내가 좋아했던 노래 제목이 뭐였더라.

한 글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매일 같이 들었었는데.


괜스레 가슴속에 무언가 뜨거운게 올라온다.

술기운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어 엉엉 울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러면 모든 것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아질 것 같았다.

누군가 그 모습을 말없이 들어준다면,

다시 한번 더 용기를 내서

모든 걸 내던지는 사랑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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