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수요일 모임은 무산된 듯 했고,
속으로 약간 안도했다.
새로운 사람들이 많은 곳은 아직 조금 두렵다.
고장난 에어팟을 고치고, 근처 카페에 왔다.
얌전히 노트북을 켜고 작업을 시작한다.
테이블 바로 앞에 앉은 남녀의 대화를 듣는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시종일관 꺄르르 웃는 그 모습을 엿들으며
왠지 귀엽다는 생각을 하고,
그립다는 생각도 하고,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이런 기분들은
오늘 꾼 꿈 때문일거라는 생각도 한다.
이제 더 이상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없다.
나는 늦은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일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반성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새벽에는 글을 쓴다.
지금의 이런 모든 것들을 좋아한다.
나에게는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고양이가 있고,
목소리만 듣고도 기분을 알아채주는 친구들도 있다.
떠올리는것 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기억이 있다는건 좋은거다.
그리고 그것을,
기억으로만 기억하는것도.
나의 지금을 사랑하려 하는 것도.
나는 다시 한번 더 힘을 내야 한다.
아직은 내가 지켜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