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그냥,
부담 없이 술술 읽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자기 전에는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를
몇 번이고 읽는데,
장면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어쩌면 글을 쓰는 것도
또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행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만 더
유재하 같은
한 편의 시를 노래하는 가수가 세상에 나온다면
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참 축복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스피커에서 김일두 씨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솔직하고 담백한 가사와 창법에,
다재다능하고 똑똑하신 분 같아서 좋아했다.
공연도 다녀왔었는데,
실제로 뵈니까 훨씬 더 인간적인 느낌이었다.
사람이 아닌 사랑이 필요할 뿐이었다는 가사를
몇 번이고 읊조려본다.
그동안 내가 사람을 위해, 사랑을 위해
얼마나 부단히도 많이 노력했더라.
얼마나 많이도 실망했더라.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지 않으면
조금도 견디기가 힘들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불안정했고,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어쩌지를 못했다.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는 것 같으면,
며칠 밤을 그 생각으로 앓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것들' 이 점점 많아지고,
사랑에 몸을 던지기도 하고,
여러 번 실패도 하면서
더 이상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것이
두렵지 않을 무렵이 왔을 때,
변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초연하게 됐다.
변해도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너무 싫은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냥 가끔 추억만 하면 된다.
제주도 앞바다에서
이어폰 하나씩 나눠 끼고는
마주 보고 배시시 웃기만 하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이상하게 갑자기 왼쪽 가슴이 콕콕 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