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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May 02. 2024

아가를 낳고 플랫폼을 다시 생각하다

베이비시터 플랫폼을 직접 경험해본 후기 

육아휴직 동안 박사 논문을 써야해 부랴부랴 베이비시터를 알아보았다. 베이비 시터를 구할 수 있는 채널은 전문 채널인 맘시터, 시터넷과 같은 플랫폼과 당근 알바가 있다. 전문 채널의 경우 유료인데 문제는 전문 채널에 있는 시터분들이 그대로 무료 플랫폼인 당근에도 활동하시고 계시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 특정 플랫폼에 비용을 지불한 내가 다소 호구가 된 느낌이 들었다. 일련의 플랫폼 경험을 하면서 플랫폼 모네타이제이션이 정말 쉽지 않겠다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느꼈다. 






1. 양질의 컨텐츠(인력 등)의 Lock in 이 필수겠구나

한 사람이 A,B,C,D 플랫폼에서 모두 활동을 할 때 어떤 플랫폼은 유료이고, 또 다른 플랫폼은 무료라면 유료 플랫폼의 존속이 쉽지 않겠다는 것을 느꼈다. 나만해도 같은 사람들이 대다수 활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돈을 낸 내가 호구라며 씁쓸해했다. 물론 그 돈이 어마어마하게 큰 돈은 아니지만 작은 돈이라도 안내도 될 돈을 쓴 느낌이 들어 불편한 감정이 들었던 게 사실이었다. 결국 플랫폼의 비즈니스가 되려면 양질의 컨텐츠(인력)을 가두리 양식장처럼 꽉 묶어놓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만약 그 장치가 없이 컨텐츠가 여러 플랫폼에 동일하게 들어가 있다면 고객이 특정 플랫폼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러니 첫째는 컨텐츠 확보, 둘째는 붙잡은 컨텐츠를 우리 플랫폼에만 잘 가둬놓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2.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 컨텐츠에 따라 다르다. 특히 아기일 경우...

모두다 플랫폼을 지향하는 이유는 네트워크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어떤 수요가 발생하면 다른 사람들의 상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이다. 수요가 많이 발생을 하면 규모의 경제가 생겨 그만큼 가격도 많이 떨어지고 점점 플랫폼이 활성화 된다는 이야기다. 내가 육아휴직을 하고 아기 시터를 찾기전만 하더라도 이 이론은 합당하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막상 내가 시터를 구하려고 보니 완전 반대이다. 


아무리 시터의 가격이 낮고, 아무리 수요가 있어도 결국 우리 아기와 잘 맞는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훨씬 중요한 요소였다. 아기 플랫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가격을 낮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부모가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가 훨씬 중요한 성공 요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3.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기와 관련된 것'은 무조건 가격을 후려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예를 들어 사랑, 신뢰, 안전을 눈에 보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하면 안보이는 것들을 보일 수 있도록 할까?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시터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자격증, 관련 교육 이수 사항을 기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체 검증 시험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 사람은 안전, 돌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추천서나 개인 블로그, sns 연동 모두 개인이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장치로서 활용될 수 있다. 후기 시스템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가시화 할 수 있는 장치 중 하나이다. 당근은 후기를 빠르게 축적하기 위해 아주 간단하게 후기를 남길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버튼 형태로 몇번 누르기만 하면 후기 작성이 되는데 신뢰, 감사, 책임감 등의 안보이는 가치를 쉽게 가시화 할 수 있는 장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생산자 입장에서 서비스 설계를 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여러 플랫폼을 몸소 경험하면서 내가 설계했던 서비스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여러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면서 배우는 것이 더 크고 와닿는게 많은 요즘이다. 기획 씨앗들을 다른 서비스, 플랫폼을 기획할 때 실수하지 않도록 놓치지 않도록 공부하고, 메모하며 씨앗들을 수집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가를 키우는 기획자 엄마는 모든 면에서 허둥지둥이지만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그렇듯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며 스스로 다독이며 부지런히 성장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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