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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e Apr 16. 2024

Q88. 요즘 무엇을 배우고 싶나요?

A88.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하는 사람으로부터.

요즘은 무엇을 새로 배우기보다는 알고 있는 것을 더 제대로 하고 싶어요. 일도 취미도 글도, 더 제대로.

습관처럼 글을 쓰니 물론 좋지만, 긴장감 없는 오래된 연인 관계처럼 뭔가 서운합니다. 평소 글을 쓰면서 “이런 건 개선하면 좋을 텐데. “하기도 하고, ”나도 저런 글을 써보고 싶다. “ 하기도 하는데, 별도의 노력을 기울인 기억은 없네요. 그저 ”오늘도 썼으니 됐어. “ 하고 외면했습니다.



작년 “지구살림, 철학에게 길을 묻다(신승철 저)“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제가 관심 있는 철학을 곁들여 생명, 생태, 생활에 대해 친근하고도 정제된 톤으로 써 내려간 책. 읽으며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더운 여름 계곡에 텐트를 치고 누워 들뢰즈와 가타리 챕터 -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어요. 탈주해야 한다고, 길들여지지 말고 야생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읽던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텐트에 비치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내가 무의식적으로 추종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것들이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이대로 괜찮은지 자문했었습니다.

저도 그런 글이 쓰고 싶었습니다. 쉽고, 와닿고, 깊이가 있는, 읽다가 책을 덮고 잠시 생각하게 하는, 좋은 대화 같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죠. 그렇게 생각만 하고, 시간이 흘러버렸네요.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인 2009년 여름, 나는 한 대학의 동물 실험실을 방문했다.

[지구살림, 철학에게 길을 묻다 1장. 플라톤의 이데아와 동물실험실]

아내와 함께 ‘철학공방 별난’을 운영하며 공동체 운동과 사회적 경제, 생태철학을 친구들과 더불어 공부한다는 저자답게,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책의 도입부가 자연스럽게 저를 무장해제 시켰습니다. 저자는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고 “묘한 철학”이라는 책도 썼습니다. 그런 부분도 플러스. 책이 참 좋구나 하고 저자는 뭐 하는 분이지 궁금해 더 찾아보다 별안간 부고 기사를 봤습니다. 제가 책을 읽던 그 시기보다 한 달 전에 세상을 떠나셨더군요. 이 분의 글과, 공동체와, 말과 나눔이 이제 다시 올 수 없는 것이 되었구나, 망연자실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의 질문은 작년 여름의 그 시간들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그때 읽었던 글과, 했던 생각들, 등뒤에 배기던 자갈과 텐트 위에 내리쬐던 햇살이 생생합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었는지 잊고 있던 갈망을 기억하게 했습니다. 고인이 되신 신승철 선생님처럼 글을 쓰고 싶습니다. 자연과 사람과 생명과 생활을 철학하는 글을….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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