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3월
나는 지금 이 글을 기억에 의존하여 쓰고 있다. 1년이 2달 남은 지금, 째깍째깍 시계를 돌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을 주우러 간다. 중요한 것만 드문드문 남아 있으리라, 조금 남아 있어도 아니 조금 남아 있기에 그것들은 더욱 소중한 것이리라 생각하면서.
3월은 내 생일이 있는 달이다. 생일이면 언제나 딸기를 양껏 먹었는데, 올해는 3월 말이 되어도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새벽 산책을 시작했는데, 헐벗은 나무들은 죄다 비슷하게 생겼다. 내년 내 생일이 되면 이 정도는 되어 있겠지, 하고 세웠던 계획과 기대에 아직 못 미치는 내 모습과 닮았다. 계절은 생각보다 더디게 온다. 기다릴수록 더 그렇다. 마음이 초조해졌다.
3월 한 달은 평가를 위한 인터뷰로 가득 찼다. 내가 인터뷰에 얼마나 서툰가를 매일 확인하고, 좋은 질문에는 사람들이 많은 얘기를 쏟아낸다는 것을 배웠다. 평가방법에는 숫자만으로 논하는 정량적 방법이 있고 (영향평가가 대표적이다), 이야기가 주가 되는 정성적 방법이 있다 (인류학적 연구가 대표적이다). 숫자가 암시하는 것들을 인터뷰로 확인할 수 있거나, 인터뷰가 암시하는 것들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으면 평가가 풍부해진다.
아이캔유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졸업한 후, 글쓰기에 대한 강의를 2번 했고, 자기 역사 쓰기 모임을 글쓰기 모임으로 이어갔다. 글쓰기를 놓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장치들을 시도해 봤던 것 같다. 내게 글쓰기는 내 마음속에 있어 막연하고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밖으로 꺼내어 선명히 보이게 하는 것이다. 막연했던 것이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나아갈 길을 알게 된다. "보이게 하는 것"이 좋아서, 전자칠판도 샀는데 결국 중고로 팔아버렸다. 그렇게 3월이 거의 다 지나, 내 생일이 지날 때쯤엔 공원에 목련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