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7월
7월은 이런저런 행사가 많은 달이다. 우리 회사는 1년에 3번 이사회가 있는데 보통 2-3월, 7월, 10월에 개최된다. 이사는 총 24명인데, 자로 잰 듯이 선진국 12명, 개도국 12명으로 나뉜다. 투자 목표도 기후변화 저감 절반, 적응 절반으로 나눈다. 뭐라 똑 부러지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땐 가장 무난한 게 반반이라서 그랬으리라.
우리 회사의 거버넌스는 기후변화당사국회의(COP)의 판박이이자 미니어처라고 들었다. COP에 가보지 못한 나는 그렇게 들어도 확 와닿지는 않지만, 암튼 복잡하고 양보나 합의가 어렵다는 뜻이리라. 간단하게 말하자면 누가(선진국) 누구(개도국) 위해 돈을 내는가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자기들이 탄소를 배출하면서 부자가 되었으니 이제라도 탄소를 줄이고 돈도 내야 하는 게 맞다는 걸 안다. 하지만 막상 돈을 내거나 탄소를 줄이는 데는 주춤하게 마련이다. 그 돈을 집행하는 우리 회사를 보면 “내 돈 똑바로 (절약해서) 쓰고 있어?”라는 레이저가 느껴진다.
개도국들은 “왜 내가 받아야 할 정당한 돈을 이렇게 늦게 조금만 주는 거요?” 하는 분위기다. 거기에 사우디와 중국 같은 부자 나라들이 끼여서 엇박자를 낸다. 기후변화협약(UNFCCC)의 국가 분류가 너무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안 된 탓이다.
각자 입장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되, 큰 사안이든, 작은 사안이든, 반반 구조로는 결론을 내리는 게 쉽지 않다. 일은 지지부진, 규정들만 덕지덕지 비대해지기 쉽다. 암튼 7월은 기후변화 국제정치의 실무현장? 틈바구니를 경험하며 진이 빠졌다. 몸살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