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6월
인생은 지나고 보면 희극, 겪을 때는 비극이라고 했던가? 명언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것이 원칙이므로 인터넷에 찾아보지 않는다. 아무튼.
며칠 동안 6월을 곰곰이 떠올렸는데 당최 선명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기록도구를 notion에서 obsidian으로 바꾼 것은 기억한다. 100일 글쓰기를 마무리하고 네이버 카페 활동을 접은 것도 이 즈음이었을 것이다. 업무에서는 사업계획을 짜느라 바빴다. 나는 여전히 내 인생이 향후 10년간 가야 할 방향을 탐색하고 있었다. 다시 출근하는 남편의 건강이 조마조마했던 기억도 있다.
드문드문 떠오르는 장면들에는 감정이 박리되어 있다. 겨울이 되어 껍질이 하얗게 벗겨지는 자작나무 같다. 겪을 때는 나름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아마 일기장에도 그런 긍정어들이 쓰여 있을 것이다), 지나고 보니 물살에 떠밀리듯 살았던 것은 아닌가 의심이 된다.
그러고 보면 내게 삶은 가까이서 희극이고 멀리서 비극인 것 같다. 닥치면 배에 힘을 주고 버텨낸다. 모자라면 똥꼬에 힘을 주고서라도 버틴다. 힘든 일이 있어도 귀여운 강아지를 길가에서 보면 웃음이 난다. 어떤 계절에도 며칠에 한 번씩은 좋은 날씨가 있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떠올린다. 거대한 부조리를 떠올린다. 그래서, 내 눈앞의 인생은 언제나 희극이다.
사실 현재에만 집중하는 성격이라, 시간적 거리를 두고 회고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해보니, 지나간 일에 대한 나의 평가, 감상은 꽤 인색하다. 세상을 비관하듯 나의 인생도 그저 그렇다고 평가한다. 기대가 높지 않으면 실망도 덜하잖아, 오랜 습관이리라.
내 마음을 다시 6월로 보낸다. 동네 구석구석을 산책하는 나를 본다. 좋은 인생이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