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8월
KTX가 닿는 동쪽으로 갔다. 묵호역, 지도에서 어디쯤인지 아리송하다. 양양보다는 남쪽이겠지, 정동진보다도 남쪽이려나?
여름은 아주 많이 더웠다. 집 근처라 갔던 서해안은 모래가 절절 끓고 바닷물이 미지근해, “여기 지옥인가” 했다. 열탕에 삶기고 모래에 지져지는 죄인들이 이런 기분이려나?
묵호, 망상 해변은 해수욕장 다웠다. 파라솔이 늘어서 있고 모래가 부드럽다. 바다는 곧잘 깊어진다. 서해 같은 흙탕물이 아닌 것만도 기분이 상쾌했다. 간헐적으로 비가 내리고 바다 위로 번개가 쳐서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변해간다는 걸 실감했지만.
주변에 무릉반석이라는 계곡이 있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1시간쯤 달려 산과 산이 겹쳐진 곳으로 들어가면, 조상님들이 수백 명은 모여 연회를 했다는 너른 계곡이 나온다. 산의 뿌리 기반이 깎여 드러나, 넙데데한 화강암 지대가 펼쳐지고 그 사이사이를 흐르는 계곡물은 투명하기 그지없다. 이거 정말 무릉도원이잖아, 바위 미끄럼을 타는 고등학교 운동부원들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었다. 조상님들도 술을 마시고 너도 나도 멋진 시를 읊었겠지.
1주일도 안 되는 짧은 휴가였지만, 올해 가장 선명한 기억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