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넷
육지에서 살 때,
자주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가끔 하늘을 올려다볼 때가 있었어요. 오랜만에 휴가를 냈거나, 너무 지쳐서 공원 벤치에 드러누워서 쉴 때. 사실 그럴 때에야 하늘을 보죠.
하늘을 올려다보면 참 많은 것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어요. 아직은 살만했던 시절의 이야기지만. 먼 하늘에는 이런저런 새들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무리 지어 날아가곤 했죠. 서쪽에는 바다가 있었고, 동쪽엔 옛 염전을 공원으로 만든 곳이 있었죠. 갈매기, 비둘기, 왜가리,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이었는데, 왜인지, 날고 있는 모습은 사뭇 낯설어 보였죠. 날개가 저렇게 컸었나, 힘들지 않을까, 그리 힘들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두서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왜인지 차분해졌어요.
먼 하늘에 뜬 달을 배경으로 활공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포유류와는 아주 다른 진화의 길을 걸어온 존재들 같았어요. 그들은 이 위기를 헤쳐가는 방법을 아는 게 아닐까, 어느 날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다면 아마도 먼 거리를 날아 익숙한 서식 환경을 찾아갔겠지. 그럼 한숨이 나왔어요. 탄식이었을지도 몰라요. 도망갈 곳 없는 우리를 남겨두고 가버리겠구나. 그들이 간 곳이, 가 본 적도 없는데, 그리웠어요.
곤충들은 그렇게 멀리 날아가지 못할 것 같은데, 마지막까지도 곤충들은 무심해 보였어요. 의젓하고 힘찬 비행을 뽐내는 잠자리, 지그재그로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파리와 모기들, 들꽃 사이를 누비던 나비와 벌들. 그들이 어디서 돌파구를 찾았는지, 지금도 문득 궁금해요. 왜인지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것도 같은데, 아니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
물속에 사는 동물들은 날지 않아도 위로 아래로 자유롭게 움직이잖아요. 나는 높은 곳이 무서운데, 물속에서 내려가는 것도 습관처럼 무서운데, 다들 의연해 보여요. 나만 이렇게 무서워하고 있어요.
있죠. 나도 알고는 있어요. 나만 힘들고, 두렵고, 포기하고 싶고, 그런 게 아니라는 걸요. 다른 사람들도, 어쩌면, 아니 십중팔구, 저 새들도, 곤충들도, 물고기들도, 다들, 두렵고, 힘들 거라는 걸요. 우리가 다 망쳐놨는데, 우리는 자연스럽게 도망가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서, 그게 더 사무치게, 답답하고, 그 누구를 탓할 수도 없어서,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