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데이트 때 팔짱 꼈다고 이상한 사람 취급받았습니다.
전 남자 친구인 현 남편, 준우(앞으로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와 첫 데이트 했을 때의 첫 스킨십 이야기다.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과의 첫 데이트는 원래 알던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류의 사람을 싫어하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기 때문에 1분 1초 지각하는 것도 조심스러울 지경인데 하물며 스킨십은 오죽할까.
그래도 나름 연인이 되었는데, 나란히 아무 사이 아닌 것처럼 걷는 것이 어색하여 수줍게 먼저 팔을 뻗어 준우의 팔을 감쌌다. 일명 팔짱 끼기. 그런데 준우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다. 당시에 나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기다려도 도통 어떤 제스처가 오지 않아 먼저 팔을 뻗은 것을 오히려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참이었다. '연애를 안 해본 사람인가 그래도 우리 나이가 30을 넘겼는데...'
한 참 지난 뒤 준우가 말하길, 첫 데이트에서 내가 손도 아니고 팔짱을 껴서 무척 놀랐다는 것이다. 너무 생각지도 못한 말이라 당황스러우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온통 물음표들이 가득해졌다.
나: 왜? 손 잡는 것보다 자연스럽지 않았어?
준우: 팔짱이?
나: 응, 손은 뭔가 바로잡기에는 수줍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고 그렇잖아.
준우: 나는 솔직히 말해서 첫날 자기가 팔짱을 껴서 "얘 뭐지..."싶었어.
나: 왜?
준우: 아니... 그렇잖아, 팔은 상대적으로 손보다 서로 닿는 면적이 넓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기의 보디라인이 고스란히 느껴지거든.
나:.............. 뭐??? (말을 잇지 못한다)
이 주제는 우리 커플 사이에 하나의 논쟁으로 이어졌다. 둘 사이에선 해결되지 않자 주변 지인들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문제는 남과 여로 쉽게 구분이 되었다. 여자들은 모두 손잡기가 더 설렌다 했고 남자들은 모두 팔짱 끼기가 더 떨린다고 대답했다. (어디까지나 제 주변 지인들 선)
여자들은 평소에도 여자들끼리의 팔짱을 자연스레 여기기 때문에 남자들이 생각하는 몸에 닿는 면적 같은 건 생각할 겨를이 없다. 오히려 손은, 동성끼리 잘 안 잡게 될뿐더러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성 간의 손잡기가 더 설렌다 생각하는 쪽이었다. 서로의 체온을 단편적으로 느낄 수 있기도 하고 말이다.
팔짱을 낀 후 손까지 잡았다면 나는 준우에게 정말 이상한 여자로 비쳤을까? 아니... 생각해보니 억울하다. 용기 내서 먼저 내민 팔인데, 그럼 좀 먼저 손을 내밀어주시던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손잡파인가요 팔짱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