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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리씨 Oct 21. 2020

부모님께 남자친구 소개하기

꼭 결혼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직결되어지는 





띠링띠링.

한 날, 결혼 생각 없이 연애 중인 친구로부터 다급해 보이는듯한 톡이 날아왔다.

부모님께 남자친구를 소개해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는 내용이었다.


단체 톡방에는 나를 비롯한 유부녀들도 제법 있고,

남자친구는 있으나 아직 미혼인 친구들 

그리고 마이웨이를 즐기는 솔로 친구들도 있었다.


친구들의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결혼 생각이 없는데 굳이 소개를 해야 하냐는 입장과

결혼 생각이 없어도 부모님께 한 번 보여드리는 건 좋은 일이라는 입장.


그러니까 '어떻게' 소개해드리면 되냐는 질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답변들이 나왔던 것이다.

'어떻게'에 초점이 가 있는 것이 아니라 소개하느냐 마느냐의 본질적인 질문에서부터 다시 시작된 격.








애인을 부모님께 소개해 드린다는 건 이토록 자연스럽게 결혼과 직결된다.

특히 30대를 넘었다면 더더욱.


나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애인 소개는 꼭 결혼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편에 더 가깝지만

내가 남자친구를 부모님께 소개해드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상황이란 대게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기 마련이라 

반대의 입장도 귀 기울이고 고려해서, 들어보고 생각해볼 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엑스 보이 프랜의 경우도 생각해보면

나는 결혼을 생각하지 않고 소개해드렸는데

(사실 소개랄 것도 없이, 연주회장에서 마주쳐 계획에도 없이 갑작스레 소개해드린 꼴이었지만)

부모님은 자연스레 결혼과 연결하여 생각하셔 당황스러운 대화가 이어지기도 했다.








남편과 내가 만남을 시작한 건 2018년 1월 20일

애인이었던 남편을 부모님께 소개해드린 건 2019년 2월 6일

결혼 2019년 6월 22일


그러니까 부모님께 남편을 소개해드린 건 사귀기 시작한 지 약 1년쯤 되던 날의 일이었다.


우리의 경우, 부모님은 당시 남편(이하 남자친구로 통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소개팅을 가지기 전에 엄마에게 이러이러한 사람과 소개팅을 가지게 되었다고 미리 말씀드리기도 했었고,

사귄 후에도 사귀게 되었다, 데이트를 가면서도 데이트 간다고 늘 부모님께 솔직했던 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싸운 얘기 등은 하지 않았다)


엄마는 늘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만나보고 싶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때가 되면 내가 움직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저 나를 믿고 기다리셨던 것 같다.


언젠간 다루게 되겠지만,

남자친구와 연애하는 1년 동안 우리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때문에 결혼을 결단하기까지 둘은 각자 마음에 수없는 질문들을 던져야 했고,

그 생각을 상대방이 읽었을 때 때로는 분노하기도, 때로는 속상해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보통 이런 연애는 과정이 오래 걸려도 한번 마음만 먹으면 일이 척척 진행이 되어버린다.

우리의 결혼이 그러했다.

나는 헤어질 결심도 했었지만,

남자친구가 마음먹고 움직이니 과정이 험난했던 것만큼 결혼은 수월하더라.


부모님을 찾아뵈었을 때 이미 둘은 결혼을 마음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과의 첫 만남이 결혼을 승낙받는 첫 단계가 되게 되었고

그 주에 우리는 바로 날을 잡고 예식장을 예약했다.








띠링띠링.

다른 한 날엔, 어쩌다 부모님께 남자친구를 소개했는데,

부모님의 반응이 영 부정적이라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톡이 날아왔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 의견으론,

부모님이 애인을 외적(경제력, 외모, 나이 등)인 요인으로 마음에 안 들어하신다면

그건 어떻게든 설득을 해볼 수는 있을 것 같지만, (결혼이든 연애든)

내적(가족력, 성격, 습관 등)인 요인을 마음에 안 들어하신다면

그건 부모님의 보시는 눈이 콩깍지가 씐 나보다 객관적일 수 있겠다 생각한다.


부모님이야 자식이 무조건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거고,

사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것일 테니

인생 선배로써 나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남자친구를 소개받은 후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남자친구에 대해 어떤 말씀도 일절 하지 않으셨다.

그 자리에서 바로 '빨리 날 잡고 결혼해라'가 나와서 되려 당황했던 기억.


괜히 긴장했네, 될 만남은 어떻게 되어서든 되게 되어있나 보다.


아 물론, 이것은 지극히 나의 경우인 것이고

주변 친구들 보면 부모님이 반대하셨어도 깨 볶으며 잘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는 결혼이 힘들지는 않았다.

연애가 힘들어서 그랬지 (이 얘기는 다음 편에 다루도록 할게요, 헤어질 뻔한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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