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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의 재발견 Nov 16. 2015

 공간의 재발견

익숙하든 낯설든. 공간을 재발견하는 설렘을 찾아서

도쿄의 유텐지. 골든위크 때임에도 사람이 별로 없다. 조용한 동네

올해 5월 일본을 다녀왔다. 골든위크 시기여서 유난히 사람 치였던 여행이었다.

3일 차에 내가 머무른 곳은 '유텐지'라는 도쿄의 남서쪽 메구로 인근의 동네였다. 보통은 신주쿠나 긴자 등 유명한 관광지에 숙소를 구하는데, 나는 왠지 '메구로'란 단어가 주는 느낌이 좋았다. 첫날과 둘째날 신주쿠 지하철 안을 정신 없이 돌아다녀서일까. 그날 호텔 방에서 과연 골든위크 때 이 도쿄에서 조용한 곳은 어디일까 생각했었는데.  유텐지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유텐지 역사를 나오면 꽃집이 맞이한다. 희안하게도 길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일본이 재미있는 게 도로에 주차를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거주차 주차 공간이 있어서 주택 지구 인도에도 양 옆으로 차가 늘어서 있다. 그리고 그 틈으로 양심 없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흔적물들이 널려있는데. 2일 동안 머물렀던 니시신주쿠도 그랬고, 이곳 유텐지도 그렇다. 인도가 너무 깨끗하다. 꽃집 앞에 흰선을 넘지 않도록 빼곡히 화분을 놓은 모습을 봐도, 일본인들은 참 정갈한 듯 하다.


옆의 사진은 호텔로 가는 골목길이다. 일본어를 읽지 못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땅 바닥에 쓰여진 글자도 참 정갈하다. 페인트가 하나도 벗겨지지 않고 반듯반듯. 건축물도 반듯반듯.


얘네는 왠지 두부도 반듯반듯하게 비례를 맞춰서 자를 것 같은데... 의외로 집 안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깨끗하지 않다고 한다. 니시신주쿠에서 묶었던 비앤비는 정말 최악이었다. 다시 가고 싶지 않을정도로. 쾌쾌한 냄새까지. 일본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데. 이것도 같은 이치일까. 아님 그 비앤비 주인장이 악덕이였던 걸까.


전통 가옥 옆으로 지나가는 시내 버스. 정류장이 따로 없는데 가옥 옆에 버스가 선다.

유텐지에는 일본의 전통 가옥과 서양식 건축을 따라 지은 멘션이 공존한다. 하나 재미있는 점은 정말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다는 점. 그래도 빵집이나 편의점, 마트 안에는 사람들이 항상 뭔가를 사고 있다. 브랜드 빵집보다는 동네 베이커리 집이 있고. 유텐지 멘션 타운을 조금 벗어나면 시장이 나온다. 그곳에는 라멘집, 꼬치와 생맥주를 파는 선술집, 자동판매기가 있는 돈부리 밥집, 편의점, 의류편집샵 들이 나온다. 희안하게 이곳에도 사람이 많지 않다. 동네 작은 서점에는 희귀본 잡지와 옷을 함께 판다. 가죽 수공예품만 판매하는 작은 공방도 있다.



혼자 밥을 먹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의류 편집샵에 걸린 옷들의 가격은 다이칸야마의 고급 편집샵들과 비슷하다. 그만큼 스타일과 재질이 좋다. 베이커리 안에는 빵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카운터의 알바생은 생글생글하게 동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한다.


여기는 모든 게 다 작고 깨끗하고 조용하다. 그러면서도 세련됐다.

도쿄의 긴자, 신주쿠, 시부야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한 여행객에게 자신을 조용히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유텐지'가 이닐까. 이곳에 그 유명한 디자인호텔이 있다. 이름은 잊어버렸는데, 한국에서부터 가고 싶었던 디자인부티크 호텔. 게스트에겐 자전거도 빌려준다. 물론 방이 꽉 차서 들어가진 못했지만.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곳이 유텐지이다. 좋은 음악을 들으며 걸으면 금상첨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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