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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앱 Dec 21. 2023

늦은 20대의 마지막 도전

어려서부터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남들 앞에서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은 내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대에 올라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내게 기쁨이었다. 자연스레 노래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 사람들을 기쁘고 즐겁게 하는 일이 많았다. 좋아하니까 잘하게 된 것인지, 잘하니까 좋아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친구와 하는 대화부터 학교에서 하는 발표, 노래솜씨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공연, 내가 아는 것을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강연 등 말로 하는 모든 것이 내겐 좋았다.


학창 시절 선생님들 성대모사를 왕왕하며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나는 샤워를 하다 문득 뉴스 진행자의 목소리도 따라 해 보았다. 밖에 있던 엄마가 안에서 텔레비전 보는 줄 알고 깜짝 놀라 문을 벌컥 열었다. 자신감이 생겼고 아나운서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텔레비전에 깔끔한 이미지에 진중한 목소리로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상상했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렇게 20대 마지막에 접어든 지금 고스란히 접어둔 그때의 꿈을 다시 꺼냈다.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아나운서 교육기관에 가져가 감정을 받았는데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학원비를 가져다주는 고객으로 보는 것뿐일지 몰라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자신감은 곧 희망으로 이어졌고 희망은 내게 행복을 주었다.


하지만 왜일까 아직 마음이 온전히 행복하지 않다. 과거 힘들었던 순간들은 잊히지 않고 꿈에도 나와 날 괴롭힌다. 내가 정말 못난 사람일까 자책하고 후회한다. 가까스로 정신을 붙들어 매려 하지만 자꾸 넘어진다. 마음의 병은 한순간에 괜찮아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너무 무섭다.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면 내가 뭐 하나 싶어 또 후회가 밀려온다. 겨우 다시 찾은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있는 힘껏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삶일까. 그러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과 운도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운은 내가 통제할 수 없으니 그저 온 힘을 다해 꾸준히 노력할 뿐이다. 그렇게 지난날들이 헛되지 않았고 상처받은 마음에 흘렸던 눈물은 성장통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발전할 것이고 성공할 것이다. 긍정적 자기암시를 위해 이런 글을 쓰는 내 모습이 처량하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희망을 품자. 그것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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