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민화전 Beyond Joseon Minhwa]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역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주최하니 달랐어요. 민화가 엄청난 규모로 전시되었고, 작품 대부분이 심지어 병풍이었어요. 민화를 좋아한다면 이번 전시는 놓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지인으로부터 이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얼굴이 살짝 굳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마음이 급해졌답니다. 전시가 언제 마감인지를 파악해야겠다는 생각과 혹시나 예약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조바심까지 들었답니다. 민화에 끌리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서민들이 그린 그림"이라는 점이 어스름했지만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대개의 고미술들이 양반들만 향유할 수 있는 작품으로 전문 화가들이 그린 것도 의미가 있지만, 보다 보편적인 한국인들을 위해 "작가 미상"인 오리지널 작품들에 저는 더 끌렸답니다. 이번 기회에 민화에 대해 조금 더 배울 수 있게 되면 우리네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아모레퍼시픽 창립 80주년을 기념한 고미술기획전이 있기까지
창업자 서성환 회장이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1979년 태평양박물관(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뿌리) 오픈
박물관 설립 후 30년이 지난 2009년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으로 명칭 변경
2018년 서울 용산에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오픈, 전신인 박물관을 개관한 후 40년 만에 새롭게 오픈
동 서양의 조화, 과거와 미래의 연결, [조선민화전에서]!
이번 전시회는 타이틀을 한국어로는 [조선민화전]이라 부르지만, 영어로는 [Beyond Joseon Minhwa]라고 붙여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조화로 여겨졌어요. 이번 특별전에 주최 측인 아모레퍼시픽이 부여한 의미는 무엇인지 흥미가 끌렸답니다.
한국어로 [조선민화전]이라고 과거 역사의 정체성을 담고, [Beyond Joseon Minhwa]라고 명명함으로써 글로벌 커뮤니티에 "조선을 너머, 민화를 통해, 한국인의 정서로 어울리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은 아닐까라는 상상도 혼자 해 보았답니다.
6월 29일에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조선민화전]을 스케줄 관리로 휘둘리다가 놓치는 일을 예방하고자 서둘러서 5월 중 하루를 비웠답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예약제"로 운영을 해서 관람객들이 쾌적한 분위기에서 작품 감상을 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이 대규모 전시를 돌아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소파와 고가구로 널찍널찍한 공간을 조성해 두었었습니다. 이 휴식 공간에도 세심한 배려를 해서 카펫, 고가구, 소파 등이 소장 작품들이라고 직원들은 안내해 주었답니다.
한국인의 서민 생활에 서양에서 들어온 신문물이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민화에 담겨 있었다.
평범할 수 있는 일상생활에 민화를 들이면서, 우리의 선조들은 삶을 풍부하게 했었습니다. 서민들의 생활환경에 화려한 민화 작품을 펼쳐 두고, 방안에서도 작품을 보면서 꽃을 즐기고, 물고기와 대화를 나누고, 가족들이 건강하고 성공하도록 삶의 가치를 설정했었다는 스토리를 배웠답니다. 오디오 설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민화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당시 서양에서 처음 들어오기 시작했던 신문물인 안경, 시계, 돋보기 등을 고서적, 화병, 책장 등과 조화롭게 그리면서 시대상도 살짝살짝 드러냈습니다. 오디오 설명은 전시장 입구에서 연결해 줍니다. 더구나 무료로 제공이 되고 있어서 더욱 깊게 전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첫 섹션에는 교과서 등에서 자주 본 적이 있는 책가도로 시작을 합니다. 단지 "병풍"으로 된 작품이라, 9폭, 10폭, 12폭 등 대작이라는 점이 이번 전시를 더 가치 있게 합니다. 관람객들이 각자의 보폭에 맞추어, 자신이 원하는 작품들을 골라서 오디오 가이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요.
우리 민화 작품을 해외 콜렉터가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다음의 글로 소개해 드립니다.
https://apma.amorepacific.com/contents/exhibition/3366306/view.do
서민들, 우리네 정서가 얼마나 풍부했는지, 민화 작품에서 봤다.
소재가 무궁무진합니다. 예를 들어서, 나무와 꽃들도 다양하게 그려졌고, 새, 벌, 호랑이 등등의 모습도 헤아릴 수 없고, 표정마저도 다양하게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답니다.
민화가 이렇게 풍부한 장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어서 "왜 몰랐지?"라는 생각을 계속했답니다. 공교육에서 접한 것이 저의,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간에서 그렸기 때문에, "작가 미상"으로 작품 활동을 했기 때문에 사회적인 기대나 구속 등에서 자유롭게 작가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마다 어떤 카테고리로 구별을 하고 싶은 제 마음이 무색하게도 무궁무진한 형태로 "병풍"이 펼쳐졌답니다.
이번 특별전에는 전국 9곳의 국립박물관들이 대거 협력한 결과라고 해요. 아모레퍼시픽의 창립 80주년을 기념하는 잔치 전시로 충분했답니다.
병풍 하나만 집중해서 봐도 12폭, 10폭, 9폭 등등에 담긴 그림과 글 등에서 영감을 무한대로 받았어요.
한국인의 해학(諧謔)이 숨바꼭질을 하듯 민화에 담겨 있다.
우리 선조들은 "여유"있는 삶을 누렸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서민들의 생활은 지금 우리 보다 더 검소하고, 소박했을 수 있으나, 정신적인 향유는 훨씬 풍부했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웃음이 절로 터지게 했어요. 우리 조상들이 신성시했던 용을 두 발로 밟고 있는 새, 자신의 몸보다 훨씬 작은 새의 발바닥에서 두 눈을 크게 뜨고 위로 비스듬히 보고 있는 용의 익살스러운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러웠답니다. 용과 새는 인간 세상에서는 누구를 풍자한 것일까요? 양반들을 용으로, 상상으로나마 새처럼 훨훨 자유롭고 싶은 서민들을 새로 표현할 걸까요? 이런 그림을 방 안에 걸어 놓는다면, 말 못 하는 억울한 상황에 가만히 자기 마음을 챙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해학 - 익살스럽고도 품위가 있는 말이나 행동
조선 후기 서민들이 예술을 일상생활에서 적극 활용했다는 것을 민화는 보여준다.
전시장 입구에 걸려 있는 사진 작품이 인상적이었어요. 조선시대의 서민들이 실제로 일상에서 민화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혼례식 사진 1점으로 보여 주고 있어요. 혼례식을 기다리고 있는 신부 뒤에 여러 장이 전시된 민화 작품들. 새 삶을 시작하는 신부에게 보내는 축복들이 이렇게 표현되었는 것 같아요. 또한, 혼례장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도 예술 작품으로 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어요. 사람의 키 높이로 전시함으로써 혼례식의 공간을 확보하려고 했고, 작품 너머로 빼곡히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혼례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다는 것도 보여 줍니다. 이 작품 자체로도 민화가 갖고 있는 보편성, 진정성, 해학성, 여유, 공동체 의식 등등 우리네 정서를 보여 주기에 충분했답니다.
저처럼 민화가 전하는 스토리에 홀리는 사람이 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만날 [조선민화전 Beyond Joseon Minhwa]는 어떤 것일까요?
개봉박두~~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고미술 기획전 '조선민화전' 개최 | 아모레퍼시픽
예약은 이곳에서~~~ 6월 29일이 전시 마지막 날이에요.
https://apma.amorepacific.com/secure/login.do
* Top picture: 사진: Unsplash의 Rod 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