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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출 수 있는 팀

제18화. 회복이 만들어내는 지속 가능한 성장

by Alicia in Beta


리더의 역할은 팀을 움직이게 하는 것만큼,
회복하게 하는 것도 포함된다.



스타트업에서 '쉼'은 늘 사치처럼 여겨졌다.

속도는 생존의 조건이었고, 멈춤은 곧 뒤처짐처럼 느껴졌다.

나 역시 쉬는 법을 모르는 리더였다. 덜 바쁜 날엔 불안했고, 팀이 잠시 느슨해지는 걸 보면 초조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더 빠르게 가고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알게 됐다. 쉬지 않는 팀은 결국 멈출 수밖에 없다는 걸.

하루, 한 시간의 여유도 가질 수 없는 팀이라면, 어쩌면 우린 성과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근력 운동을 할 때, 근육은 훈련 그 자체로 성장하지 않는다.

훈련은 근섬유를 미세하게 파괴하고, 진짜 성장은 그 후의 회복과 영양 공급에서 일어난다.

팀도 마찬가지였다. 성과와 몰입이 성장의 전부가 아니라, 회복의 시간이 있어야 진짜로 단단해질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징후들이 있었다.

회의에서 말수가 줄고, 메시지나 문서가 점점 줄어들고, "한번만 더 하자"는 말이 점점 무게를 잃어갔다.

성과는 있었지만 표정이 사라졌다.

그때는 단순히 '다들 지칠만 하지...'하며 제대로 챙길새도 없이 또 달리기 바빴다.

그러다 어느 날, 핵심 멤버 한 명이 퇴사를 결정하면서 그제야 깨달았다. 팀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는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천천히 금이 가고 있었던 것임을.


그 이후로 나는 팀의 회복력을 의식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멈추지 않으면서도 회복할 수 있을까?

나만의 작은 실험들을 해봤다.


✔️ 성과의 리듬을 만들었다.

큰 프로젝트가 끝나면, 바로 다음 목표를 세우지 않고 짧은 리플렉션 위크(Reflection Week)를 가졌다. 스프린트 회고 시간도 꼭 놓치지 않고 진지하게 운영했다.

✔️ 일과 상태를 함께 공유했다.

위클리 회고나 데일리 스크럼에서 체크인 점수를 기록해, 팀의 '온도'를 확인하며 매일 서로를 살폈다. 단순히 동료를 넘어 전우(戰友)로서 서로를 챙길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자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무너지지 않게 하고자 노력했다.

✔️ 속도를 늦추는 말을 의도적으로 했다.

"이번 주는 이렇게 가도 괜찮아요." 이 한마디가 팀에게는 우리만의 페이스가 지켜지고 있다는 신호가 됐다.


리더의 역할은 팀을 움직이게 하는 것만큼,

팀이 무너지지 않게 회복하게 하는 것까지 포함된다는 걸 이렇게 배웠다.


쉼은 멈춤이나 게으름이 아니다.

회복은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전략이고, 다음 도전을 위한 근육이다.

팀의 회복력이 곧 조직의 생명력이다.

그리고 그래야 나 또한 더 넓은 시야로 더 나은 의사결정과 방향성을 설계하고, 나를 지키며 일할 수 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자꾸 스스로에게 엄격해지지만...)



#스타트업리더십 #성장의원리 #회복은정체가아닌성장의과정 #내할일을잘해낼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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