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독 집중을 못하시는 거 같은데요?"
함께 춤을 추던 에밀리아가 내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뒤늦게 민망함이 몰려왔다. 춤을 추고 있는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다른 쪽을 신경 쓰고 있었기에 다른 의미는 없었겠지만 마치 나를 질타하는 말 같이 들렸다.
미안한 마음에 에밀리아에게 사과했다. 그녀는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음악을 듣는데 집중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 일단 먼저 나오는 음악에 집중해 봤다. 탱고 특유의 사분의 사박자로 음악이 진행되고 있었다. 현악기의 소리보다 피아노의 타격음이 더 진하게 들리는 곡이었다.
곡의 이름은 알 수 없으나 음악에 집중하니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에밀리아와 함께 오쵸 아뜰란떼(Ocho Adelante) 동작을 만들어 봤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그녀의 회전과 움직임이 유달리 눈에 띄었다.
"정말 잘하시네요. 탱고를 이미 해보신 적이 있죠?"
에밀리아의 부드러운 움직임에 감탄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같이 배우는 입장인데요. 데이빗님 보다 조금 일찍 탱고를 접했을 뿐이랍니다. 엄청 잘하는 건 아니에요.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그녀의 미소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 그녀는 친절하게도 내가 음악을 놓치는 듯하면 자신이 박자에 스텝을 밀어 넣어 박자를 맞출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녀를 통해 이런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자 탱고를 바라보는 눈이 열리는 것만 같았다. 삼분의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고 에밀리아와 아쉬운 마음에 포옹하며 인사했다. 곤두섰던 신경은 온데간데없이 이미 사라졌고, 머릿속에는 의문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왜 엘리아나는 이렇게 못하는 것일까. 에밀리아와 엘리아나가 추는 춤의 차이는 무엇일까. 에밀리아와 함께해서 됐다면 이건 분명 내 잘못은 아닐 터였다. 엘리아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 고민을 하며 자리를 옮겼다.
파트너를 교체해 가며 춤을 추는 내내 무엇이 문제일까, 하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스텝의 문제일까, 엘리아나의 회전 부족의 문제일까, 그도 아니면 그녀가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까. 생각할수록 너무 많은 이유가 떠올라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만 하다 수업이 끝이 났다. 수업이 끝났는데도 엘리아나는 뭐가 부족했는지 계속해서 루크와 대화 중이었다. 올라오는 짜증을 누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