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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Mar 29. 2023

흔들리는 어금니와 '안녕'

어금니를 뺏다


열흘 전, 잇몸이 살짝 부었고 약간의 통증이 동반되었다.

워터픽으로 열심히 관리한 결과 잇몸이 아픈 건 사라졌지만 치아의 흔들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치아의 흔들림과 저작활동의 불편함은 하나가 되어, 통증이 없더라도 이제는 '안녕' 할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좀 더 견뎌주길 바랐다.


지난해 10월의 일이다.

이미 여러 번의 치료가 있었던 치아의 위치에 잇몸이 많이 붓고 통증도 심해 임플란트를 해야 할 때가 되었나싶었는데, 잇몸을 치료하면 좀 더 써도 되겠다는 담당 선생님의 진료 덕분에 치료 후 지금까지 써왔다. 아무래도 내 치아가 낫지 않겠냐는 생각에 1년은 견뎌주길 바랐지만 나의 바람과는 달리 쓰임을 다 한 어금니는 때가 되었음을 알려왔다.   


"아무래도 치과에 가야겠어"

남편과 함께 하교한 아이까지 데리고 치과엘 갔다.  


"지난번에 잇몸치료한 어금니가 쓰임을 다 한 것 같아요."


이어 X-RAY 촬영이 이루어졌고 이제는 발치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 이만하면 잘 썼다는 말을 덧붙이며.


기다림이 초조할 수 밖에 없는 치과 의자에 앉아 흔들리는 어금니와 '안녕' 할 생각을 하는데 마음이 아팠다. 헤이려보니 족히 40년은 그 자리에 박혀 있던 것. 코끝이 찡해지며 찔끔 눈물이 났다.


잠시 후, 몇번이나 바늘을 찔러 마취를 했고 10분쯤 지났을까? 마취상태를 확인 한 의사선생님은 간호사 선생님과 함께 40년 이상된 그것을 빼낼 차비를 마쳤다.


"자! 마취가 잘 됐으니 뺍니다. 혹시라도 아프면 손을 드세요!"


동그랗게 구멍난 초록색 천이 내 얼굴위에 덮히는 순간,


"저! 잠시만요~~~~  발치 후 그냥 버리지 마시고 보여주세요!"

적어도  '안녕' 할 시간이 필요했다. 


감각이 사라진 자리에 큰 힘이 느껴졌고 오래지 않아 물양치하라는 말이 들렸다. 끝났다.

여러 설명들 너머로 두동강이 난 빠진 이와 핏기가 잔뜩 묻어있는 뿌리가 보였다.

좀 징그러웠지만 휴대폰을 들이댔다.


나도 모르게 손을 살짝 들어 '빠이 빠이'.

'안녕, 고마웠어! 더 잘 관리하지 못해 미안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미 몇년 전에 임플란트를 한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야~ .     자기는 어금니 뺐을 때 기분이 어땠어?"


운전하고 있던 남편은 뒷좌석에 앉아 있던 나의 마음이 헤아려졌는지 낮지만 무겁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음...... 난 그냥 손톱이나 머리카락 같은 거라고 생각해. 왜, 마음이 아파?"


"응"


조수석에 앉아있던 중학생 아이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알수 없다는 듯 물었다.

"이를 뺐는데 마음이 아파?"


"응... 마음이 아파. 영구치잖아. 그 자리에 다시는 이가 나지 않거든."


그렇게 대답을 하며 생각했다.

'너는 지금 내 마음을 알 수 없지'


눈물이 나려는 걸 참으며 찡해진 코끝을 잡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는데, 

치아가 아프다고 하시는 엄마를 모시고 치과에 갔다가, 결국엔 발치를 하고 돌아왔던 때가 떠올랐다. 2년쯤 된 일로 치아 관리를 열심히 하셨지만 막을 수 없었다.  

발치한 자리에 임플란트를 하느냐 그냥 두느냐 선택을 해야했는데, 오래전에도 임플란트 하시는 걸 매우 힘들어 하셨기에 바로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동생과 난 여러모로 쇠약해지신 엄마가 임플란트를 하시기에는 너무 힘들거라는 데 합의했다.

"어금니 하나 없어도 식사하시는데는 무리가 없을 거야."


그렇게 엄마는 어금니 하나가 없는채로 지내고 계신다.


나는 엄마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했다.

그저 썪어서 뽑았을 뿐.

나란 사람은 뭐든지 경험을 해봐야 알게 되는 걸까?


치아는 음식을 씹을 수 있음만이 아니었다.

안쪽의 어금니라 입안을 드러내며 활짝 웃을 때 외엔 미용에도 문제되지 않는 그곳이지만 나의 일부가 그 쓰임을 다해 빼내야 한다는건 몹시도 속상한 일이었다.


발치 한 자리의 소독을 위해 다시 치과엘 방문했다.

잘 아물고 있으니 1개월 후에 임플란트를 하자는 이야기를 듣고 지금은 치아대신 날것의 잇몸만 혀끝으로 느껴진다.

거울로 볼 용기가 나지않아 혀끝으로 더듬어 본다.

어금니가 많이 컸는지 두개를 뽑은 것 마냥 혀가 쑤욱 들어간다.  


빈 자리가 많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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