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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 Mar 05. 2022

일상의 초연함 ㅡ 1

음식과 몸매에 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함이라고 하면 보통 인간관계 내지는 감정에 있어서 흔들림이 없는 것을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일상을 들여다보면 무수히 많은 것들에 내가 연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은 그 연연함 중 하나인 음식과 몸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음식에 연연했다. 정확히는 만족스러운 식사와 달콤한 디저트에 연연했다. 식사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자연스레 디저트를 찾게 되었다. 불충분한 식사에 대한 보상심리와도 같았다.


하루의 절반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과장을 보태자면, 무료한 주말에는 주로 먹는 생각밖에 안 했던 것 같다. 입이 심심했다. 편의점을 다녀올까 말까, 배달을 시킬까 말까와 같은 고민을 심각하도록 했다.


음식에 대한 연연함은 곧 몸매에 대한 연연함을 가져왔다. 음식에 대한 갈망이 커져갈수록 살이 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났다. 과자 하나를 먹어도 마음 편하게 먹질 못했다. 먹고 후회하고, 때론 폭식을 하거나, 칼로리를 소비하겠다고 끙끙거리며 운동하는 것의 반복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나의 꼴이 우습게 느껴졌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실컷 먹어놓고는 그걸 또 빼겠다고 죽자 살자 다이어트하는 내 모습이 마치 쓸데없는 쳇바퀴를 돌리며 인생을 허비하는 것 같다는 통찰에 이른 것이다. 먹을 때는 어떤 걸 먹을까 찾아다니며 산해진미를 구하고, 또 다이어트로 이어지는 이 식노동의 굴레를 끊고 싶었다.


음식에 연연하지 않으면 몸매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몸매에 초연하게 되면 거울 앞에서 애꿎은 자신을 나무랄 일이 없게 된다. 자신에 대한 비난이 줄어들면 자존감이 채워진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단순히 음식에 초연하지 못한 것이 내 삶을 얼마나 망쳐왔던가가 그제야 보인 것이다.




음식에 초연하기로 했다.

만족스러운 식사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산해진미를 찾아 잘 먹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저 건강한 음식을 빠르게 조리해서 배불리 먹는 데에 집중했다. 음식으로부터 초연해지니 찾아온 변화는 삶의 여유였다. 정확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사람들은 오히려 배달을 시켜 먹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고 여유를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의 경우엔 정반대였다. 직접 채소를 씻고 밥과 간소한 반찬과 함께 풍성하게 먹는 것이 시간이 덜 걸렸다. 첫째는 이러한 식단은 굳이 다이어트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살찔 것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을 혹사시킨 야밤의 운동 시간이 사라졌다. 둘째는 먹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끼니때마다 메뉴를 고민하고, 출출할 때 유혹에 매번 흔들리며, 또 먹고 나서는 자책하는 시간들이 의외로 길었다. 이제는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게 되니 훨씬 내 삶은 가벼워졌다.


 초연함을 예찬한다. 음식이든, 무엇이든 일상의 작은 부분들로부터 초연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여유를 되찾게 해 준다.



일상의 초연함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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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위 일상의 초연함 시리즈 글은 책에 수록된 내용이 아닙니다. 그저 좋아서 가볍게 쓴 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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