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쾌한 모습으로 부르는 "Christmas is all around" 노래 역시 좋다.
빌리와 매니저의 우정을 묘사한 부분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어쩌면 우리는 남녀 간의 사랑만을 '사랑'이라고 지칭하지만
우리가 정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에 사랑이 깃들어 있지 않을까.
Love is all around 처럼 말이다.
처음 러브 액츄얼리를 보았을 때는
사랑을 남녀 간의 사랑에 국한하지 않고
나이나 성별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그린 점이 참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영화를 보았을 때는
또 다른 관점에서 사랑을 관찰할 수 있었다.
사랑이 주는 느낌은 아주 다양하다는 것이다.
사랑은 결코 따뜻하지만은 않다. 따뜻할 뿐만 아니라 아주 차갑기도 하다.
남편의 불륜을 경험한 캐런에게는 사랑이 아주 차갑고 혹독했을 것이다.
'저는 사랑을 믿지 않아요.
그것은 아주 이기적인 감정일 뿐이라 생각해요.'
J의 말이 떠올랐다.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랑은 때론 무자비하게 차갑기도 하다.
사람들은 그저 베풀기 위해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을 상대가 해소해 주길 바라기에 잘 대해줄 뿐이다. 겉으로 드러난 사랑의 행위는 무척 이타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은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이기심이 숨어 있다.
생각해 보면 나 또한 연인을 그런 방식으로 사랑했다(나의 사랑도 J가 보기에 이기심의 극치에 불과했을 것이다). 나의 필요에 의해서, 그리고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상대에게 몹시 서운했고, 실망하고, 화를 냈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너를 사랑했어, 가 아니라
너를 필요로 했어, 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의 사랑은 늘 불행했다.
욕망을 채우기 위한 사랑, 그것은 이기심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너를 필요로 했다.
마치 나무가 흙을 필요로 하듯이.
단순하게 바라보면 나무가 흙의 영양분을 앗아가는 것 같지만, 결국 나무의 낙엽이 다시 흙을 윤택하게 만든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면,
그런 사랑은 이기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너와 나는 연결되어 있다.
나는 너를 필요로 하지만, 그것이 나만을 위한 필요가 아니라
나의 행복이 곧 너도 행복하게 할 거다.
그런 사랑은 차갑지 않을 것이다.
노자와 히사시, <연애시대> 중
연애라는 건 좀 이기적인 거야. 제삼자의 행복을 바라고 당장 눈앞의 상대와 올린 결혼이 10년이든 15년이든 행복하게 지속될 수 있다니, 그건 네가 연애를 너무 쉽게 보는 거야.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눈앞의 상대를 위해 행복해지고 싶다는 이기적인 감정이 아니면 결혼은 지속할 수 없어. 세월이 제 아무리 여과시켜도 변하지 않을 한 점의 이기심을 관철시키는 일이 필요해.
"너를 행복하게 해 줄게"라는 말 뒤에 "내가 행복해지지 않으면 너도 행복해질 수 없다"는 신념이 따르지 않으면 같은 상대와 반평생을 함께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