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 Oct 02. 2020

게임에서 얻은 아이디어: 스스로에게 퀘스트를 주는 삶

  


  평소에 게임을 많이 좋아하지는 않고, 자주 하지도 않는다. 시간 낭비라는 느낌이 강해서이다. 하지만 어쩐지 연휴가 길게 주어지는 날에는 게임을 하게 된다. 실컷 놀았다는 느낌을 받기에는 게임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연휴에도 충분히 여가를 즐기기 위해 게임을 했다.


  게임은 왜 재미가 있는 걸까. 그 정교하고도 절묘한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은 퀘스트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그리고 퀘스트는 난이도 완급 조절이 굉장히 잘 되어 있다. 너무 쉽거나, 반대로 너무 어려운 난이도는 유저들의 대거 이탈을 불러일으킨다. 그걸 방지하고자 게임 제작사는 처음에는 간단하고 쉬운 퀘스트를 제공하여 유저들의 성취감을 높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퀘스트의 난이도는 올라가지만, 캐릭터의 능력치도 덩달아 성장하기 때문에 퀘스트 수행이 크게 어렵지 않다. 게임은 사람의 성취 욕구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계속 게임을 하게 만든다.


  게임의 원리를 삶에 적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한다. 우리의 삶과 일상이 게임처럼 재미있지 않은 이유는 (1) 퀘스트가 모호하거나, 혹은 (2) 퀘스트의 난이도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무얼 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알고 있더라도 그 일의 난이도가 어려워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1) 퀘스트가 모호하다는 것은, 삶에 빗대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태를 말한다. 누구도 자신의 삶의 방향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 인생은 게임과 달리 스스로 퀘스트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살면서 어떤 퀘스트를 수행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자신이 설정해야 한다.

   (2) 퀘스트의 난이도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 의욕이 저하되거나 무기력한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문제와 같이 그들에게 성공의 경험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크고 작은 성취의 경험을 통해 사람은 자신감과 자기 효능감을 기를 수 있다. 게임은 유저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그들의 능력에 맞는 난이도의 퀘스트를 제공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개개인 맞춤의 퀘스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친절히 배려해줄 만큼 현실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실은 게임처럼 정교하게 캐릭터를 차근차근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초보자한테 당장의 어려운 현실 문제를 던져주고 어떻게든 해결하라는 주먹구구식의 문제 발생-처리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유능한 사람들은 곧잘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낙오된 사람들은 성취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반복된 좌절의 경험은 의욕 저하와 무기력, 자신감 하락을 낳을 뿐이다. 현실 속에서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운 사람들이 가상의 세계에 과도하게 심취하는 슬픈 현상도 이로 설명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삶에서 자신에게 끊임없이 퀘스트를 제공해야 한다. 게임처럼 누군가가 적절한 퀘스트를, 내 능력에 맞게 잘 손질된 난이도로 제공하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퀘스트를 만들어내야 하며, 그 난이도도 적절하게 짜야 한다. 그런 퀘스트를 통해 우리는 크고 작은 성취 경험을 쌓고, 성장할 수 있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이따금씩 성공의 경험도 있었지만 좌절의 경험이 더 많았다. 나의 능력치를 초과하는 일들이 나에게 주어지고, 그것을 내가 잘 해내지 못하여 자신감을 잃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대체로 시니컬하고 의욕 없는 태도로 만사에 일관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부끄러운 과거다. 앞으로 내 삶에는 어떤 퀘스트를 주어야 할지, 그리고 내가 좌절하지 않도록 조금은 친절한 난이도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퀘스트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민해보게 되는 하루다.


매거진의 이전글 운세를 읽는 나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