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사람을 향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믿음이 아니었습니다.
성경책 표지는 같지만 각자의 손때가 다른 곳에 묻어 있고, 예배당 의자는 여전히 그 자리인데 앉은 이들의 시선만 어긋납니다.
떠난 사람의 빈자리는 건물에만 있는 게 아니라, 나를 바라보던 그 따뜻한 눈빛 속에 있었습니다.
어제의 악수가 오늘은 손가락이 되고, 함께 부르던 찬송이 이제는 각자의 멜로디로 흩어집니다.
가시방석 같은 이 자리에서 일어서야 할지, 아니면 뿌리처럼 더 깊이 박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단단한 반석을 찾아 헤매다 보니, 정작 내 발밑의 모래알들이 하나씩 빠져나가는 소리만 들립니다.
갈라진 마음 사이로 스며드는 건 의심이 아니라, 어쩌면 더 진실한 질문인지도 모릅니다.
깊은 밤, 무릎 꿇은 기도 속에서도 답은 오지 않고, 다만 내일 아침 예배당 문을 열 용기만 간신히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