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에게선 늘 오래된 책장 냄새가 났습니다.
종이가 숨 쉬는 소리 같은, 은은한 먼지 내음. 처음엔 몰랐어요.
그저 옆에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 날, 낡은 서점 앞을 지나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 이 냄새. 이 공기의 온도. 그 사람이 남기고 간 향기가 이런 거였구나.
이별 후에도 우연히 고서점 문을 열 때마다 가슴 한쪽이 시큰해집니다.
향기는 이렇게 기억보다 오래 남는 걸까요.
종이 사이로 스며든 시간처럼, 그 사람은 아직도 내 안 어딘가에 접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