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같은 그림, 같은 색 이어야 할까?
만약 미술관을 같은데 같은 화풍에 같은 색을 쓴 그림만 가득하면 어떨까요?
신앙생활을 하다가 보면, 같은 화풍, 같은 색 물감을 쓰도록 강요받을 때가 있습니다.
혹 다른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다른 색 물감을 손에 쥐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하지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건 그게 아니야.", "교회는 원래 그래", "은혜로 의견을 모아야 해."
교회 안에 있다 보면 이런 말을 들을 때면 그런가 보다 하지만 개인의 삶으로 들여다보면
참 이상하고 불합리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합니다.
신앙은 '나와 하나님' 사이의 인격적인 관계 안에서 형성되는 친밀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신뢰입니다.
그러니 각 개인이 갖는 신앙의 형태나 경험들은 모두 다를 것입니다. 살아내는 삶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아무리 직분이 있고 신앙의 연수가 길다고 해서 섣불리 다른 이에게 신앙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공동체의 덕을 위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합의한 내용을 권면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만이 그릴 수 있는 각 자의 화풍과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생을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며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지요.
때로는 그림을 실패할 수도 있고 물감을 쏟을 때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것도 그림 그리는 과정이며 그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린 자신만의 그림을 교회라는 미술관에 전시하는 것입니다.
그럼 미술관에는 다양한 화풍과 다양한 색이 조합된 그림들이 전시되겠지요.
만약 똑같은 화풍과 색으로 그린 그림만 있다면 관람객들은 금방 지루해하거나 금방 미술관을 떠날 것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그림들이 전시된 미술관이라면 관람객 자신이 원하거나 마음에 드는 그림에 빠져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러 그림을 보거나 자신 역시도 동화되어 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교회는 성도들이 더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 이어야 합니다.
각 자가 경험하는 하나님을 더욱 선명하게 그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응원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아프거나 힘이 없거나 가진 것이 없거나 소수자 이거나 피부색이 다르거나 하는 것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막아서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되겠지요. 그림은 교회를 배경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배경으로 그리는 것 이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