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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결제 전쟁: 누가 우리의 지갑을 지배할 것인가?

by 미미니

당신이 소파에 앉아서 AI 비서에게 말합니다. “주말에 제주도로 여행 가고 싶어. 항공권과 호텔 예약해 줘. 예산은 50만 원이야.” 그러면 AI가 순식간에 항공권을 비교하고, 호텔을 골라서 예산에 맞춰 결제까지 완료합니다. 복잡한 검색도, 사이트 이동도, 카드 정보 입력도 필요 없습니다. 이게 바로 구글과 오픈 AI가 꿈꾸는 미래입니다. 그런데, 이 편리함 뒤에는 치열한 전쟁이 펼쳐지고 있죠. 바로 AI 결제 시스템을 둘러싼 전쟁입니다. 누가 이 거대한 시장을 지배할까요? 용호상박의 전쟁터로 들어가 봅시다!


전쟁의 서막: AI가 쇼핑을 대신한다면?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거나 글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대신 물건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AI가 내 돈을 쓰려면 내 허락이 진짜인지, 실수 없이 정확히 살 건지, 사기꾼이 AI를 속이면 어쩔 건지 증명해야 하죠.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구글과 오픈 AI가 각각 칼을 갈고 나섰습니다.


구글의 야심: Agent Payment Protocol (AP2)


구글은 지난 9월 16일, Agent Payment Protocol (AP2)라는 AI 결제 시스템을 발표하며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마스터카드, 페이팔, 코인베이스, Shopify 등 60개 글로벌 기업이 함께한 초대형 연합군입니다. 구글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AI 결제의 TCP/IP가 되겠다!” 즉, 인터넷의 근간이 되는 규칙처럼, 모든 AI와 결제 시스템이 호환되는 공통 표준을 만들겠다는 거죠.


AP2의 핵심: 맨데이트(Mandates)

구글은 ‘맨데이트’라는 디지털 계약서로 신뢰 문제를 해결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AI에게 “친환경 재킷 찾아줘, 최대 30만 원까지”라고 말하면,

step 1. 의도 맨데이트: AI에게 쇼핑 권한을 부여하고, “이 가격대에서 이런 조건으로 물건 찾아줘.”

step 2. 장바구니 맨데이트: AI가 상품을 찾으면, 당신이 최종 확인하거나 미리 설정한 조건에 따라 자동 결제.


이 모든 과정은 암호로 서명돼 추적이 가능합니다. 만약 AI가 실수로 300만 원짜리 재킷을 사도, 누가, 언제, 왜 샀는지 명확히 알 수 있죠.

장점: 신용카드부터 암호화폐까지, 아마존이든 소규모 쇼핑몰이든 호환 가능
단점: 아직은 개념일 뿐, 실제 서비스는 없고 기업 간 협의로 시간이 걸릴 수 있음


오픈 AI의 반격: Agentic Commerce Protocol (ACP)


구글의 발표 13일 만인 9월 29일, 오픈 AI가 Agentic Commerce Protocol (ACP)와 Instant Checkout 기능을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구글이 “미래를 준비하자”는 선언이었다면, 오픈 AI는 “지금 당장 써!”라며 속도전을 펼쳤죠.


ACP의 매력: 대화하다 바로 구매

ChatGPT 사용자라면 이미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100달러 이하 러닝화 추천해 줘”라고 말하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으면 ChatGPT 안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끝! 외부 사이트로 이동할 필요 없이 대화창에서 결제가 완료됩니다. Stripe, Etsy, Shopify 같은 실용적인 파트너들과 협력해 이미 실행 중인 서비스라는 점이 강력한 무기입니다.

장점: 7억 명에 달하는 ChatGPT 사용자가 바로 쓸 수 있는 빠른 실행력
단점: 폐쇄적인 시스템이라 다른 AI나 다양한 결제 수단(예: 암호화폐)과의 호환성이 떨어짐


왜 이렇게 목숨 걸고 싸우는 걸까?


1. 거대한 시장

ChatGPT의 주간 활성 사용자는 7억 명. 이들 중 많은 이가 쇼핑 관련 질문을 합니다. 만약 AI가 구글 검색이나 아마존 대신 쇼핑의 첫 번째 창구가 된다면? 모든 구매에서 수수료를 받는다면? 이건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게임 체인저입니다.


2. 게이트키퍼 전쟁

지금은 쇼핑할 때 구글 검색이나 아마존으로 직행하죠. 이들은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문지기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AI가 “내가 대신 찾아줄게”라고 나서면? AI 플랫폼이 새로운 문지기가 됩니다. 이 문지기는 어떤 상품을 보여줄지, 누구와 거래할지 결정하는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되죠.


3.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 구글: 광고로 돈을 벌었지만, AI가 검색을 대체하면 광고 수익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거래 수수료라는 새 수익원이 필요하죠.

• 오픈 AI: ChatGPT의 구독료로는 막대한 컴퓨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쇼핑 수수료는 적자를 뒤바꿀 기회입니다.


전략의 차이: 표준 vs 속도


구글 (AP2): “모두가 쓰는 표준을 만들자!”

개방형 시스템으로 다양한 결제 수단과 플랫폼 지원하지만 느린 실행 속도로 아직 실체를 확인할 수 없어요.

오픈 AI (ACP): “일단 시장 잡고 보자!”

즉시 사용 가능하고, 7억 사용자 기반의 빠른 시장 선점 가능하지만 폐쇄적 시스템이며 호환성이 부족해요.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쇼핑의 미래가 바뀐다!


1. 쇼핑은 더 쉬워진다
예전: 검색->비교->사이트 이동->결제
미래: “AI야, 이거 사줘” 끝!


2. AI가 당신을 더 잘 안다
AI는 당신의 취향, 예산, 선호를 학습합니다. “이 사람은 가성비를 좋아하네”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네” 하며 점점 더 정확한 추천을 제공하죠. 심지어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알게 될지도…


3. 새로운 보안 이슈

• AI가 해킹당하면? 내 돈이 위험!

• AI가 내 의도를 잘못 이해하면?

• 누군가 AI를 속여 물건을 사게 하면?
그래서 구글의 맨데이트 같은 안전장치가 중요합니다.


누가 이길까? 세 가지 가능성


1. 구글의 승리
AP2가 표준이 되면 모든 AI와 플랫폼이 구글의 규칙을 따릅니다. 오픈 AI도 결국 AP2를 채택할 수밖에 없죠. 구글은 결제 인프라의 근간을 장악합니다.


2. 오픈 AI의 승리
ACP가 7억 사용자의 힘으로 사실상 표준이 됩니다. 다른 쇼핑몰도 살아남기 위해 ACP를 채택하고, 네트워크 효과로 오픈 AI가 시장을 지배합니다.


3. 공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 기업용 시장은 AP2(안전성과 다양성), 소비자 시장은 ACP(편리함과 속도)로 나뉘어 둘 다 살아남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가만있지 않아!


• Perplexity AI: ‘Buy With Pro’ 기능으로 검색 중 바로 구매 가능하며, PayPal과 협력

• Amazon: ‘Buy for Me’로 AI가 추천과 구매를 동시에. 물류 인프라가 강점

• Visa & Mastercard: AI 결제용 토큰화 기술로 개인정보 보호와 추적 가능성 강화


마무리: 당신의 지갑은 누가 쥘까?


구글은 표준화로, 오픈 AI는 속도와 실행력으로 각자의 미래를 그립니다. 이 전쟁의 승자는 아직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물건을 사는 방식은 완전히 바뀔 거예요. AI 비서가 “이거 어때?” 하며 추천하고, 클릭 한 번으로 결제가 끝나는 세상. 벌써 설레지 않나요?

그런데, 당신은 어떤 AI에게 지갑을 맡기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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