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작가 온수와 교육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물꿈이 함께하는 [너를 통해 나를] 프로젝트입니다.
'엄마'와 '아빠'라는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 친구가 만나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나눕니다. 멀고 깊은 이야기도, 가깝고 가벼운 이야기도 담습니다.
[너를 통해 나를] 프로젝트는 매월 첫째 주, 셋째 주 토요일에 공유됩니다.
‘미안해 연고’를 개발하고 싶다. 세상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면 나아지고, 나아갈 수 있는 많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 발목을 개에게 물려 심하게 다친 적이 있다. 한 달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는데, 구멍이 난 곳에 매일 소독약을 바르는 일이 무척 고통스러웠다. 아픔을 견딜 수 있었던 두 가지 말이 있었는데, 한 가지는 스스로에게 ‘괜찮다, 괜찮다.’ 하는 말을 되뇌는 것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의사 선생님의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치료 부위를 닦아낼 때가 가장 아팠는데 그때마다 의사 선생님께서 ‘미안해요, 미안해요.’ 하고 반복해서 말씀해주셨다. 선생님이 잘못한 것이 아닌데 왜 사과를 하시지 했지만 그 말은 놀랍게진통제처럼 효과가 있었다.
잠들기 전, 가끔씩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 대신 엄마가 미안하다고 말한다. 아이가 뭐가 미안하냐고 하면, 네가 엄마가 모르게 서운한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사과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속상한 인ㅅ이 있었는지 살짝 물어보기도 한다. 아이는 안 좋은 일은 없었다고 말하는 날도 있고, 낮에 야단을 맞아서 슬펐다고 말해주는 날도 있다.아이의 많은 감정들이 섞이고 풀어지도록 때때로 아이의 가슴을 둥글게 쓸어준다.지금을 나중에 약처럼 기억해 준다면 좋겠다.
내가 모자라서 , 잘해주지 못해서, 순간 화를 참지 못해서, 좋은 세상을 주지 못해서,생각하면 미안한 일이야 얼마나 많은지. 나중에 아이가 커서 나에게 ‘엄마, 그때 이런 일은 정말 서운했었어,’ 말한다면 나는 꼭 아이에게 사과해야겠다 생각한다.
기억은 정보로 저장되고, 해석은 자라고 힘이 생기면서 시절마다 바뀐다. 어렸을 적엔 이해한다 생각했던 일들이 커서는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사과하는 일은 의외로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과에는 사람이 딛고 나아갈 수 있는 계단 같은 힘이 있다. 그 힘을 사용하며 살고 싶다.
사실은 나에게도 내 엄마와 아빠에게 듣고 싶은 사과가 꼭 한 가지씩 있다. 무엇이냐면 엄마에게는 ‘그때 어린 너를 두고 나가서 미안해.’ 아빠에게는 ‘그때 어린 너를 내보내서 미안해.’이다. 어둡게느껴지는긴 이야기지만,글로 쓰면 이렇게쉽고 간단하다. 이것은 나에겐 큰 열쇠인 말일 테지만 이 말을 듣기는 앞으로도 참 어렵겠지싶다. 그런아쉬움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내 아이에게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는 것이기도하겠다.
요즘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더니 예상치 못한 한가지 부작용이 생겼다. 아이가 나에게 무슨 일이든 자꾸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다. 혼자서 하다가 잘못된 것도 느닷없이 “엄마가 나한테 미안하죠?” 하는 것이다. 이런,탓하는 버릇은 무엇보다 바로 잡아야 한다. 나는단호히 이야기한다.
“아니, 하나도 안 미안해. 내가 왜 너한테 미안해야 하는데?!”
“흐응!”
그 말을 듣고 아이가 크게 콧방귀를 뀐다.
흐으응!!”
나도 질 수 없어 더 크게 콧방귀를 뀌었다.
이건 가르침인가, 함께 유치함인가 혼란스럽다.
아무튼 세상에 효과 좋은 ‘미안해 연고’가 개발된다면 누구라도 나에게 꼭 연락해주면 좋겠다. 나도 담뿍 담뿍 바르고 부모님께도 주고,다른 사람도 나눠주게 많이 살 의향이 있다. 만약 내가 먼저 만들게 된다면 나도당신께 잊지 않고 연락해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