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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Oct 17. 2021

폐쇄적인 성향

사람 속에 섞이는 것이 어렵다.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부터 이렇게 폐쇄적인 성향이었을까.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을까. 유전일까, 환경일까. 사람과 섞이는 게 어렵고 또 그리 기쁘지도 않다. 사실 전혀 기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사람들 사이에 섞이기 위해서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차라리 연결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정말 우연히도 나랑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경험적으로 그럴 확률은 매우 낮았다.


요즘에는 아예 사람들과 어울리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고 있다. 등하교도 혼자서 한다. 아주 최소한의 말만 하고 싶다. 아는 사람을 마주칠 것 같은 장소에도 가지 않는다. 사람 만날 일 자체를 없애버리니 예전만큼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훨씬 편하다. 그렇지만 가끔은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사람을 불편해하는 성격은 이래저래 마이너스다. 여러 자기 계발서를 읽어 봐도 소통과 연결,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남들이 평범하게 하는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두배의 에너지를 써야 한다. 인맥을 만들 자신도 없고 인맥에 기대고 싶지도 않다. 읽는 책마다 소통과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SNS로 연결되어야 하는 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솔직히 나는 코로나로 인해 단절되어버린 상황이 상당히 편했다.


어쩌면 나는 자폐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일상생활은 가능한 걸 보면 치료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겠지만. 내가 이기적인 걸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불편과 스트레스를 감수하면서 타인과 소통하고 있는 걸까. 나는 그것조차 귀찮고 싫은 사람인 걸까. 아니면 혹시 새로운 사람을 잔뜩 만나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즐겁게 떠드는 그 일이 전혀 어렵지 않고 진심으로 재미있는 걸까? 어색하지도 두렵지도 않은 걸까.


물론 내가 사회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정말로 혼자인 것도 아니다. 주위에 좋은 사람도 많고 진심으로 의지할 수 있는 친한 친구도 많다. 하지만 항상 어느 정도의 선은 지키고 싶다. 특히 그 선이 유독 진해지는 때에는 타인이 내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으면 한다. 나를 알지 않았으면 한다. 나의 견고한 성을 지키고 싶다. 그리고 당신의 성에도 들어가고 싶지 않다. 가끔 선이 얇아져 문이 열려 있는 때도 있지만 그 문 조차도 그리 넓지는 않은 것 같다.


변해야 할까. 변하게 될까. 나에게도 내 주위 사람에게도 그것이 무엇이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내가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 방향을 찾기 위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사람 속에서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겠지.


혹시 나랑 가까운 사람이 이 글을 읽더라도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에게 보이는 애정은 분명 진심일 것이다. 좋아하는 친구에게까지 연기하지는 않는다. 그냥 좀 폐쇄적인 사람이라 인간관계 에너지 효율이 빵점인 거다. 이런 나와도 인연을 맺어주어 고맙다. 언젠가 내가 타인과 인간과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자유로워 질 수 있다면, 그 때까지 당신이 내 옆에 있어줄 수 있다면, 그 감사함에 합당한 보답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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