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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티 Yaaatii Jan 04. 2023

군산오름에서의 새해 일출 "인간을 더 사랑하겠습니다"





 "'여자친구 생기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해야 하는 거 아냐?"



새해 일출 다짐과 기도를 읊는 단란한 가족의 농담에 그들을 모르던 주변 사람들도 웃었다. '아들'은 "야, 그런 이야기를 왜 여기서 크게 말해?"라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쑥스러워했다.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군산오름'에 올랐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군산오름'에 오르고 있었다. 전망대로 오르는 좁고 거친 차도를 경찰이 막고 있었기 때문에 도로 갓길에 주차를 하고는 걸어 올랐다.





'나는 무슨 새해 소원을 빌 것인가?'



가족들이 건강하고 새해 계획한 일을 성공적으로 이루게 해 달라고 기도할 것인가, 내가 기도를 하면 신은 기도를 들어 줄 것인가? 난 얼마 전에 수십년의 내 신앙도 놓았다. 당분간 내 기도는 신이 들어 줄 것 같지 않다. 신이 기도를 들어준다 한들, 나와 가족의 안녕을 비는 기도는 내키지 않았다.






"'여자친구 생기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해야 하는 거 아냐?"



피식 웃었다. 단란한 가족의 어린 아들은 여자친구를 만나는 게 올해 최고의 과제가 될지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병든 가족의 쾌차를 빌었을 것이다. 이직과 승진, 사업의 번창 같은 것도 한꺼번에 주파수를 발하며 신에게 가 닿았을테다.





요즘 드라마 '미씽'을 보고 있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사후세계'의 어느 공간에서 자신의 억울한 죽음이 벗기워지기를 소망한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들은 하나같이 '여자, '아이들', '가난한 사람들'이다. 왜 그들은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가? 드라마의 부제는 '그들이 있었다'이다. 그래! 여자와 아이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지금도 있다.



드라마는 극적인 재미를 위한 판타지 요소들과 탄탄한 플롯과 영웅 서사가 있다. 그리고 이따금 사회적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쨌든 죽은 사람들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여자와 아이들과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죽음이 조명 받는 것이 이 드라마의 의미라면 의미일 것이다.




나도 가난한 사람이다. 건강함을 잃어가는 나이이며 아이들과 아내가 있다. 새해 일출을 보며 새로운 마음으로 우리 가족의 안녕과 성공을 빌 수도 있다. 당연한 수순이 아니겠는가.



'올해에는 지금까지보다 더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라고 기도가 아닌 다짐을 했다. 신이 들어줄 기도는 따로 할 수 있지만, 새해의 첫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그저 인간을 사랑하겠노라고 다짐을 했다.



이 사회가 관심을 두지 않는 동안 억울한 희생을 당하는 갖은 소수자들과 약자들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에게 사랑을 베풀자고 말하고 글쓰고 읽고 공부하겠다는 그 다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그 사람들을 상상하며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밑에서 어떤 느낌이 전해진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이 있다면, 이 글을 쓴 이가 올 한 해 얼마나 인간을 사랑했는지 연말에 가서 가늠해주길 바란다.



덧)


이 다짐이 매우 힘차게 남아 있다. 가족의 안녕과 사업의 번창함을 '기도'했다면 지금 이 시간까지 가슴에 남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인간을 사랑하겠다'는 '다짐'은 만 48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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