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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윤달 Jul 18. 2022

D-21

 나 혼자 살 거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집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출은 생각도 못하는 소심한 소녀였는데 집구석이 영 답답했다. 정확하게는 '집'은 문제가 없었다. 집에 사는 나 이외의 사람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건 엄마였다. 


엄마에게 나는 '보호가 필요한 딸'이란 틀에 맞춰져 있어 내 개인생활을 본인이 모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핸드폰 검사와 방문 열어놓기는 당연했다. 아빠는 가정에 무심했고 두 살 차이 남동생은 어떨 땐 한심하고 어떨 땐 챙겨줘야지 하는 생각을 하던 때다. 그 와중에 아빠는 급한 성격을 이기지 못해 집 안을 살벌하게 만드는 일이 간헐적으로 있었다. 또 술을 좋아하셔서 늦은 밤마다 부모님의 다툼이 많던 시기였다.


어렸던 나와 동생은 그런 공간에서 성장했다. 느렸지만 부모님도 반성하고 성장했다. 그렇게 나는 그 집에서 고등학생, 대학생, 취준생,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거쳐왔다. 중1 독립을 처음 바란 그 이후 17년을 가족과 살아오며 쭉 나는 온전한 '내 공간'이 절실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독립을 할 수 없었는데 돈을 벌게 되니 또다시 경제적인 이유로 독립을 할 수 없었다. 직장은 집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였는걸.


그렇게 홀로서기를 한참 미적대다 이제 3주 뒤면 나는 단독 세대주가 된다. 이름하여 1인 가장! 지금까지 모아 온 모든 돈+모을 돈을 모두 털었다. 한참 바라고 바라던 독립인데 처음 집을 보던 기대감은 사그라지고 불안감이 맴돈다. 내가 날 잘 먹여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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