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에서 마음의 그늘을 걷어내다
마음에 그늘이 드리우면 종종 한강공원에 가곤 합니다. 그곳엔 활기가 있고 생동감이 있습니다. 웃음꽃이 피어난 잔디 위에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잔잔한 움직임이 공존합니다. 저는 이 움직임 사이에 정적인 자세를 취합니다. 그리고 흔들리는 오늘의 마음을 다잡습니다.
먼저 말하기 힘들 때, 망설임을 삼켜낸 다음 조용히 다른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저에겐 기다림이 익숙하기에 어렵지 않은 시간이 흘러왔지만, 그 누구에게는 낯선 감정과 태도일 수 있기에 그것들을 충분히 흘려보내는데 필요한 시간을 붙잡지 않아야 합니다. 미움을 가슴에서 끌어내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해소할 수도 있고 각종 매체의 유희를 쫓아 감정을 승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푸른 하늘과 녹색의 자연을 눈에 담음으로써 제 자신 안에서 녹아 없어지도록 놓아둡니다. 시간이 다소 필요한 작업이지만 이렇게 미움이 사라지면 그 자리에 공허함 대신 편안함이 빈 공간을 채웁니다. 어떠한 사람이 필요하지 않고 콘텐츠를 선택해야 하는 고민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스스로를 던질 수 있는 작은 노력만 들이면 됩니다.
한강공원에서 경험할 수 있는 동적인 활동을 지향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강을 따라 잘 정비되어 있는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면 한강의 운치와 시원한 바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혼잡한 주말을 제외한 보통의 날들에서는 안양천 길을 따라 일정한 속도로 발을 움직이면, 움직인 만큼 복잡하게 얽혀있는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러닝크루와 함께하며 감정을 공유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운동을 함께함으로써 육체적 피로를 덜고 정신적 쾌감을 배로 만드는 경험은 다음에도 계속 크루활동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동적인 활동은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모두 덜어낸 다음에 해야 하는 활동으로 적절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소모된 에너지를 다시 충전할 수 있고, 긍정의 에너지를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받을 수도 있습니다.
도심 속에 큰 강이 흐르고 그 옆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일상에서 사람들과 에너지를 주고받음으로 지친 신체와 머리에 쉼을 줄 수 있는 공원에서 저는 요즘의 불안함을 지워내곤 합니다. 서투른 지난날들을 바람과 물결에 흘려보내고 밝게 뜬 달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