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펼쳐낸 두꺼운 책을 덮어두고
야심한 밤 세상에 나와
공원으로 향합니다
씨끌벅적하던 아이들이 사리지고
스텝을 밟아가던 아주머니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약간의 공허함과 쓸쓸함이 남아있습니다
괜스레 미소가 지어집니다
폭풍우가 휘몰아친 듯 지난날들이 위태로웠지만
삶이란 직선이 곡선이 되어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에
유의미함을 느낍니다
공원을 걸으며 내가 찾을 수 있던 것은
나무 숲의 평화로움뿐 아니라
산책로 거울에 비친 내 모습도 있었습니다
경직되어 있던 어깨가 가라앉고 있고
불안했던 눈동자가 확신에 차 있었으며
의욕이 없던 나의 태도가 생기를 찾은 듯 적극적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심야시각의 공원에서 달라진 나를 발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