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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our Seo Aug 21. 2024

미련으로부터의 해방

희망에 찬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니 어느새 나는 미련에 차 있었다. 감정을 건드리는 일이란 무엇일까. 마음을 얻는 것은 사람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상대방을 향해 구애를 바라는 것은 일종의 연약함이라 생각했던 나는 곧은 태도를 유지했다. 만남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고 그 가운데 돌아오는 반응에서 의미를 찾는 일이 즐거웠다. 웃음을 통해 그간 가지지 못했던 안정감과 이로운 마음이 들었다. 몇 번의 마주침으로 알게 모르게 정이 들었다. 묘한 긴장감이 사라진 자리에는 혼자만의 설렘이 남게 되었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상대의 호흡에 맞추려 노력했다. 평범한 식사자리에서도 몇 가지 물음이 생기곤 했다. 그때마다 얼굴의 표정을 보고 추측했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조각난 피자에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올려 삼켜냈었다. 길을 걸을 때면 발걸음이 빨라지지 않게 조심했다. 차분히 한 걸음을 떼고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에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졌었다. 몇 초간의 재미난 상상은 마음을 충분히 여는 동력이 되었다. 어느 날은 평소와 느낌이 달랐다. 느슨해질지도 모르는 긴장감이 끊어진 듯 차가웠다. 서로의 마음에 벽이 생겨버린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미워하고 그리워하는 것에 면역이 생긴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낯설었다.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는 생각의 호수에 돌을 던져야 했다. 결말을 바꾸는 것은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끌어당겼었다. 그래서 여운이 더 길게 남겨졌다. 감정이 오고 갔던 지난날들이 스쳐갔다. 서로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들이 무너지고 마주한 공간에서 더 이상 입을 열기 어려웠다. 허무했다. 한 순간에 변해버린 모습에 나는 취약했다.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배려에서 나오는 마지막 나의 태도는 상대를 혼란스럽게 했을까. 후끈했던 날씨에서 나의 가슴은 서럽게 식어버렸다. 흐르는 물소리는 나에게 해답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시간이란 묘약은 언제나 옳았다. 회상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으나 기록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비가 쏟아졌다. 우산 속에서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웠던 순간의 기억은 어느새 과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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