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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나 Nov 03. 2024

토지. 3권

* 책 속 내용 일부 포함되어 있음

* 1부 3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고등학교 시설 교과서에 토지가 나왔던 것 같다. 토지 중에서 어린 서희가 꼬라지를 부리는 장면이 발췌해서 나왔고 서희가 자라면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런 대하소설이라고 가물가물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제 4권부터 서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할 것 같다. 일찍 부모를 여읜 서희에게 부모역할을 해줄 수 있는 윤 씨 부인, 김서방, 봉순네 모두 한순간에 떠나버렸다. 어쩌지. 호시탐탐 최참판댁 재산을 노리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설마 이렇게 죽는 건 아니겠지 했지만. 너무 순식간에 모두들 떠나고 서희만 남게 되었다. 조준구와 홍 씨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참판댁 주인방에 들어앉고 만다. 지금 서희가 몇 살이었지? 이제 겨우 11살. 아직 마냥 아이인데 어른들이 작정하고 뺏으려고 하는데 지킬 수 있을까. 이제까지 서희는 뒤편에서 성질 있는 아이로 주로 묘사됐다면 이제는 슬슬 여주인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조준구내외를 그냥 객식구 취급을 한다거나,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에서 지지 않는 성격이라던가. 


 그냥 평범한 호시절에 재산을 지키는 것도 힘들지만 일제 강점기에, 격변하는 시대에. 그래서 과연 서희가 어른으로 자랄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지금 주변에 힘이 되어줄 어른은 없는데. 진짜 누구 말처럼 조준구가 부리기 쉬운 사람을 서희 짝으로 맺어준다면 그때 그 시절에 서희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읽는 내내 왠지 앞으로의 일들을 암시하는 표현들이 많이 보인다. 결국 최참판댁과 양반은 몰락하겠지만 서희는 살아남을 테지. 하지만 그 또한 서희가 죽으면 끝 아닐까. 성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걸까. 남자가 살아남으면 최 씨는 유지되는 거고 여자가 살아남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지금처럼 엄마성을 따를 수 있는 시대도 아니었고. 서희가 지키게 되는 건 최 씨일까. 토지일까. 자존심일까. 무엇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그걸 지키고 나면 무엇이 남는 걸까. 


p.45 아이들은 모두 너무 오랫동안 암담하고 비애에 가득 찬 집 속에 마음을 가두어 놓고 있었다. 그것은 기나긴 겨울이었었다고 해도 좋았을 것이다.

곧 봄이 올 줄 알았는데. 더 추운 겨울이 오는 거였나.


p.86 임자 미운 생각도 다 없어졌는데 와 이러까. 


p.111 사후에라도 자손들을 위해 누명을 벗겨줌이 옳은 처사였겠지만 그것은 위정자의 우매함을 폭로하는 짓이었다.

아무리 남이 안타까워도 결국은 자신이 먼저 일 수밖에 없는.


p.113 머지않은 날 최참판댁의 그 기나긴 역사는 끝이 날 것이요 양반계급이 무너질 것을 예감하는 것이다.


p.114 그러니까 타성의 여인들 오대가 최참판댁을 이룩하려고 지켜왔으며 마지막 최 씨의 피를 받은 서희로써 끝이 난다. 


p.115 결국 자기는 최 씨 문중의 사람이 아니었고 다만 타인, 고공살이에 지나지 않았었다는 의식은 그의 죄책감을 많이 무마해 주는 결과가 되었다. 

왜 타성임에도 결혼하면 아닌 것처럼. 


p.236 봄이라 하지만 바람이 불고, 들판의 바람은 아직 매운데 짧은 치마 밑의 종아리는 시려울 거라 용이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다정하냐고. 


p.270 그러나 근본에서 국가에 대한 충의심에 무비판이었다는 것, 유교를 바탕한 근왕정신이 굳어버린 관념으로 되어버린, 그것은 비단 이동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양반계급의 생활태도, 정신적 주축이기도 했었지만, 그 탓이었을 것이다.


p.316 이미 마을 사람들 눈에는 거대한 땅의 주인인 서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따금 마을을 돌아보며 다니는 조준구의 모습만이 크게 비친다.

마을을 돌아다니는 건 조준구이지만 어쨌거나 '땅의 주인'은 서희인 것이다. 


p.380 돌아서 사랑으로 걸어가는 눈앞에 초롱 불빛을 받고, 음산하고 험악한 표정으로 서 있던 마을의 장정들이며 상복을 입고 있던 조그마란 두 계집아이며, 개기름이 번들거리던 곰보 얼굴, 각설이처럼 손짓 발짓 몸까지 흔들어대면서 가락까지 붙여가며 지껄이던 윤보의 모습들이 발길에 밟힌다. 마치 도깨비 굴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과연 조준구는 그들을 상대해 낼 수 있을까. 앞으로 조준구 앞을 가로막을 상대가 누구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부분. 결국 서희가 이길 테지만. 불안 불안하다. 그가 도깨비 굴을 빠져나갔다고 하니.


p.387 없는 사람들은 언제나 가진 자들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만큼 수탈만 당해온 역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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