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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모니카 Dec 09. 2023

새로운 시작을 위해 냉정하고 독해질 필요가 있다?!

   

시간이 간다고 해서 대출금 상환과 종잣돈 모으기, 논문이 해결되지 않음을 익히 알고 있었다. ‘할 수 있을까?!’라는 염려가 앞섰다. 10년 간 줄지 않았던 대출금 잔액, 대출금을 전액 상환해야 만들 수 있는 종잣돈, 그리고 두 번이나 실패한 논문이었다. 




맞벌이 었지만 남편의 수입은 남편이 벌린 사업 대출금 상환에 고스란히 들어갔고, 내 급여는 생활비는 물론 교육비와 집안 대소사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지출되었다. 생계가 내 급여로 버텨지고 있는 상황, 이 참에 이런 생활도 정돈이 필요했다. 어차피 남편 돈을 기대할 수 없다면, 고정적인 내 수입을 규모 있게 구분하여 관리해면 되었다. 대출금상환과 종잣돈 없이는 내 삶이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자, 거짓말처럼 독해졌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대출금은 한 통장으로 다 모은 후 기계처럼 돈을 갚기 시작했다.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휴대폰 요금제는 알뜰요금제로 바꾸고, 집에 인터넷은 끊었다. 변동비를 줄이기 위해 점심식사는 도시락으로 바꾸고, 친정에서 주시는 야채와 생선 등으로 식비를 아꼈다. 옷과 생필품은 아름다운 가게나 굿윌스토어 등을 이용했다. 가끔 카페에 가면 로스트 커피나 오늘의 커피 등 제일 싼 커피를 마셨다. 이전에 즐겨마시던 라테는 쿠폰이 있을 때만 감사히 마셨다. 아이를 위해 때마다 들이던 전집도 구입을 멈췄다. 도서관을 데려가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아이가 영화 보고 싶다고 하거나 놀고 싶다고 할 때도 도서관을 데리고 갔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거나 아끼지만 최근 3~4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도 처분했다. 디지털피아노, 첼로, 플롯, TV 등의 물건들을 처분해서 대출을 상환하고 집도 정리했다. 마이너스로 바닥치고 있다가 수익이 난 주식도 모두 처분하여 대출 상환을 했다. 그렇게 소비를 줄이고, 수입을 만들어서 생긴 현금은 모두 대출상환에 사용했다. 그렇게 10년 간 줄어들지 않던 대출을 약 10개월 만에 전액 상환했다. 



2020년 2월, 드디어 종잣돈을 모으기 시작한 두 번째 달이었다.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한두 달 후면 괜찮아지겠지’, ‘갑자기 떨어진 항공 주식을 사면 몇 달 뒤 반등할 거야.’란 생각에 빚 청산한 그 달에 나는 다시 1천 만 원 대출을 내어 주식을 샀다. 주식을 산 날 이후 조금씩 상승하는 주가를 보며, ‘30% 오른 금액으로 되팔면 미국 갈 날을 앞당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들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팬데믹이 선포되면서 주가는 추락했고,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또다시 대출금에 대한 이자만 꼬박꼬박 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더 많은 사망자를 만들어냈고, 하늘 길은 막혔다. 1년 살이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불확실한 기대로 수익을 기대하며 섣불리 대출을 낸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기로 했다. 팬데믹으로 회사의 스케줄이 더뎌진 덕분에 그간 바빠서 감히 사용하지 못했던 육아휴직을 사용하여 논문을 쓰기 최적의 시간이었다. 주가가 매수당시보다 올라 대출원금과 이자보다 우회했을 때 모두 매도하여 대출금을 모두 상환했다. 그리고 코로나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2020년 8월 육아휴직원을 제출했다. 


휴직과 동시에 논문에 몰입했다. 10여 년간 마음을 쏟고 열정을 쏟아 넣은 내 전문분야, 집중할 시간이 없어서 아우트라인과 조각글, 자료만 모아놓았던 것들을 분석하고 정리해서 드디어 논문을 완성했다. 종잣돈마련 숙제가 남아있었지만, 대출금 상환을 2번 연속 완료하니 종잣돈 마련은 자신이 생겼다. 




오랜 숙제였던 논문을 완성하고 대학원을 졸업하자 정말 뛸 듯이 기뻤다. ‘오직 내 힘으로 무언가 완성해 본 경험’은 회사에서의 성과와 인정과는 차원이 달랐다. 회사에서의 것은 어쩌면 타이틀 뒤의 후광효과였을지도 모른다. 그 후광이 없을 졌을 때야 비로소 인생의 제2장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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