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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작은도서관  

자원봉사자 없었으면 어쩌려고

오랜만에 주민센터 2층 도서관에 갔다.

아들 학교에서 준 <1학년 권장도서 20권> 목록 중 5권밖에 못 읽혔는데,

나머지 도서 중 얼마나 있는지 검색해보고 읽기도 하고 빌려오기도 할 목적이었다.

오늘은 아이의 축구 방과후가 있는 날이다. 열심히 땀 흘리고 나오는 아이 손을 잡고 주민센터로 향했다.

우선, 검색할 컴퓨터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이용자 마음에 들 필요는 없지만, 컴 세 대 중 멀쩡한 건 한 대였다. 그 멀쩡한 한 대는 나이 드신 분이 앉아 '개인 작업은 하지 말라'고 붙은 벽 아래에서 문서 작업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두 대 중 한 대는 부팅이 한참 걸렸고, 한 대는 마우스가 안 먹히고 먹통이었다.

담당자를 불러왔다. 미안하거나 난처한 기색은 없었다. 건조한 말투로 컴퓨터가 느리다고 하고는 제자리로 갔다. 그런데 검색 프로그램이 없다. 나는 또 가서 물었다. 도서검색은 어찌 하나요?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고 강서구 통합도서관 들어가서 검색하라고 했다. 핸드폰으로 해도 된다고. 뭣이라?? ㅠ

내가 작은 도서관에서 와서 큰 도서관 시스템을 기대했구나...


검색해보니 권장도서 목록 중 여섯 권이나 있었다. 이제 실전 돌입! 책 찾기! 

책은 어떤 기준으로 꽂혀 있는지 찾기가 불편했고, 책을 빼낼 공간 없이 뺵빽하게 보기 좋게만 꽂아두어 무척 비효율적이었다. 3층 책꽂이에 정리된 책 중 맨 아래층은 쭈그리고 앉아 책을 살펴야 했다. 정말 보기 좋게만 그림처럼 정리를 해두었구나! 성인책과 아이책 구분도 명확하지 않아보였고, 뭔가 어설펐다. 

또 담당자에게 갔다. 도저히 책을 못 찾겠다고,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담당자는 기분 나빠하지도 않고, 또 그 건조한 말투로 책 제목을 물었다. 검색할 때 '대출가능' 단어가 뜨면 그 버튼을 눌러봐야 '일반' 인지 '아동' 인지 알 수 있으니 그 단계까지 확인을 하셔야 한다고 했다. 이 책들은 '아동' 코너 가서 찾으라고 했다. 아동 코너는 유아실에 있었다!

초등생들 책은 청소년 책과 섞여 있는 게 아니라 아기들 책과 섞여 있었다.


몇 권은 읽히고 몇 권은 대출하려고 들고 나왔다. 읽히면서도 이 책이 왜 권장도서인가 또 실망했다. 오늘도 한 권이 그랬다. 지난번에 읽어준 책은 너무나 옛스러운 오래된 책이라, 굳이 읽히고 싶지 않았다. 이 많은 책들 중, 이 좋은 많은 책들 중, 왜, 권장도서가 업그레이드되지 않고 누가 어떻게 선정하는 것인지... 꽤나 별로다. 사람마다 다르고 어른과 아이의 눈이 다르지만 20권을 추린다면 정말 신중해야 하는데, 신중하지도 재밌지도 않은 책들이 들어가 있다. 로비 받은 책들 마냥...


대출 담당자 자리는 비어 있었고, 심플한 카페 공간에 계시던 분이 와서 도와주신다. 내가 또 '책 찾기 힘들다', '유아 코너와 청소년 코너에 책이 섞여 있는데, 분류가 잘못 되었다', 했더니 자원봉사자가 한 명이라 힘들다 했다. 이런... 주민센터라 공적인 업무를 보는 사람이 배치된 줄 알았더니, 우리 아파트 작은도서관보다 더 어렵게? 운영이 되고 있었다. 

내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우리 작은도서관에도 한번씩 주민들이 와서 (도서관 직원인 줄 알고 그러겠지만) "이런 것도 모르냐", "이거저거 해달라"고 함부로 말하는 경우가 있어서 자봉들이 "우리도 주민이고 자원봉사자다" 하는데, 모르고 투정부리긴 했지만 내가 딱 그 진상주민 꼴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SH 공사에서 사서지원 프로그램으로 한번씩 사서분이 오셔서 효율적인 서가정리법도 가르쳐주고 도와주고 가는데, 주민센터 작은도서관은 우리보다 더 열약해보였다.

그래도 도서관은 도서관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서 마음이 편해지고 책을 읽고 싶은 욕구를 샘솟게 해준다. 집 가까이 도서관이 여러 군데 있는 건 분명 장점이다. 

다음주에는 버스타고 길꽃도서관과 우장산숲속도서관에 가봐야겠다. 비교분석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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