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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폴리오 Apr 04. 2023

편지의 첫 문장을 쓰듯 그려요, 마음의 형태

notefolio interview with 전서구 (김관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처럼, 노트폴리오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애정이 생긴다. 다음 작업은 언제 올라오는지, 졸업 전시는 무사히 마쳤는지, 그 프로젝트는 잘 마쳤는지.. 한동안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 걱정하는 마음마저 생기는데. 최근에는 유심히 관찰하고 있던 두 명의 창작자가 알고  보니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름 아닌 부캐 두 개로 활동하고 있던 것! 캐릭터 스튜디오 <기술과친절>과 인쇄매체를 중심으로 그래픽디자인 작업을 하는 <전서구>로 활동하고 있는 김관우 디자이너를 만나 그간 가지고 있었던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오늘은 김관우와 요새 잘 나가는 부캐 <전서구>를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김관우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김관우입니다. 저는 캐릭터 브랜드 경험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현재는 캐릭터 브랜딩 스튜디오 기술과친절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서구라는 이름으로 작가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부터 시각언어를 통해 표현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했던 기억이 있네요. 캐릭터로 포스터를 만들려니까 그래픽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고요. 만든 포스터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고민하니 브랜딩도 덩달아 좋아하게 됐어요.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캐릭터, 그래픽, 브랜딩 작업을 모두 하고 있더라고요.

디자이너 김관우의 작업공간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 때는 폰트 회사와 스포츠 마케팅 회사에서 인턴 경험을 하고, 졸업 후에는 줄곧 캐릭터와 관련된 회사에 다녔습니다. 작은 스튜디오에서 시작해 에이전시와 인하우스 게임 회사까지 거치며 캐릭터라는 공통 분모 안에서 개발 - 운영 - 확장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지금은 저만의 방식으로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두 계정으로 활동을 병행하는 만큼, 성격이 확실히 다를 것 같은데요.
전서구와 기술의친절에 대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각각의 계정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스튜디오 기술과친절은 주로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캐릭터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주로 기업의 캐릭터를 개발하고,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어플리케이션과 굿즈까지 제안하고 있어요. 한편 전서구는 조금 작가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편지를 전하는 비둘기 ‘전서구’ 캐릭터를 활용해서 주로 인쇄매체를 통한 그래픽 작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비교적 최근에 작업을 시작한 작가 <전서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전서구로는 주로 인쇄매체를 통한 그래픽 작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엽서에 들어갈 만한 그래픽 작업을 주로 해오다가, 저의 작업임을 알 수 있도록 제 특기를 살려 비둘기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전서구 비둘기 캐릭터

옛날에는 비둘기의 귀소 본능을 이용해 발에 쪽지를 매달아 전했다고 하는데요, 편지를 전하는 비둘기 ‘전서구’를 모티프로 했어요. 전서구 캐릭터는 편지를 쓰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편지를 전하는 우체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편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투영할 수 있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네요.



작업에서 70, 80년대의 복고의 향기가 물씬 느껴져요. 그 시절에 대한 동경을 담으셨나요?



포셋 ‘무한의 연상’ 전시에서 선보인 ‘사계의 향기’. 사계절의 정취를 각각 1도 인쇄로 표현했다

편지를 많이 주고받던 시절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요즘은 메일과 스마트폰으로 터치 몇 번이면 가볍게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편지는 누군가를 위해 쓰이고 있잖아요. 그래서 더 귀한 것 같고, 자연스레 편지가 주 소통방식이었던 시대의 시각문화를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오래된 것, 그리고 가치 있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전서구의 작업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여행을 가거나 전시를 보러 가면 꼭 엽서를 구매해요. 그래서인지 엽서는 그 쓰임을 하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이 가득 담겨있는 것 같아요. 편지를 써서 줄 땐 더 벅차고요. 관우님은 어떠세요?
편지를 쓰며 느껴 본 다양한 감정을 담아 만든 전서구 접이식 엽서 4종


저도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받는 것은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좋아하고요. 한 번 받은 편지는 절대 버리지 않고 보관하는데, 덕분에 편지가 적힌 엽서들도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정성과 진심이 담긴 편지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업을 할 때면 쓰는 사람, 받는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제가 편지를 쓰는 것처럼 조금은 긴장된 마음이 들어요. 지금은 엽서를 주로 만들고 있지만, 점차 다양한 인쇄 매체로 범위를 확장하려고 해요. 편지의 첫 문장을 쓸 때 같이 떨리는 마음은 그대로 유지하면서요.



그래픽은 어떻게 영감을 얻어 완성되나요?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형태 시리즈 5종: 사랑의형태, 감사의형태, 축하의형태, 기쁨의형태, 순수의형태

축하, 사랑, 감사, 기쁨, 순수로 이어지는 형태 시리즈인데요. 졸업하는 후배들을 축하하기 위해 꽃 그림을 그려서 편지를 써준 것이 시작이었어요. 나중엔 그래픽에 '축하의 형태’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차례대로 나머지 사랑, 감사, 기쁨, 그리고 순수의 형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다섯 가지 형태는 편지를 쓸 때 주로 느끼고 전하는 감정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꽃말에 의미를 담는다면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종종 엽서에 직접 그림을 그려 친구에게 주는데, 마음의 형태도 고민해 봐야겠어요. 전서구로 활동을 시작해 벌써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지금까지 진행한 활동 중 가장 뜻깊은 경험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매년 연말이 되면 연하장을 만들어서 신청받아 나누어 드리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신청 폼 문의 사항란에 소소한 이야기를 남겨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작년에 받은 연하장을 1년 내내 잘 붙여 놓았다는 이야기, 연하장 기운을 받아 새해를 잘 시작해 보겠다는 다짐 등등. 이런 작은 이야기들이 굵직한 행사보다도 더 기억에 많이 남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전서구는 앞으로도 편지와 관련된 클래식한 디자인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제 작업이 많은 분들께 따뜻함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는 디자이너 김관우가 운영하는 캐릭터 디자인 스튜디오 <기술과친절>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디자이너 김관우

노트폴리오 | notefolio.net/jeonseogu
인스타그램 | instagram.com/jeonseogu_

현) 스튜디오 기술과친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현) 작가 전서구
전)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 IP 디자이너
전) 스튜디오 오리진 캐릭터 디자이너
전) AMZ 스튜디오 캐릭터 디자이너




노트폴리오 [창작자와의 인터뷰]
창작자와의 인터뷰는 노트폴리오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를 선정하여 창작자의 작업과 작업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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