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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폴리오 May 16. 2023

시각적인 즐거움, 그 이상을 향해

<작은 불씨가 큰 불길이 될거라는 믿음> by 인더그래픽스

18만 창작자 회원이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는 매주 발행되는 뉴스레터를 통해 노트폴리오 픽으로 선정된 작업의 창작 과정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만약 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시각적인 즐거움, 그 이상을 향해

<작은 불씨가 큰 불길이 될거라는 믿음> by 인더그래픽스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실용적이어야 한다, 예뻐야 한다, 정보를 쉽게 전달해야 한다.. 
오늘은 스튜디오 인더그래픽스의 이정인 디자이너가 쉽게 버려지지 않는 리플렛을 제작하기 위해 실용성을 입히고, 점잇기 놀이를 차용하여 새로이 탄생시킨 리플렛을 소개한다. 더불어, 디자이너가 chat gpt에 지지 않고 재미있게 공존하는 법까지. 


안녕하세요! 자기소개와 작업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디자인 스튜디오 인더그래픽스를 운영하는 이정인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작은 불씨가 큰 불길이 될 거라는 믿음>은 여성을 위한 스킨브라 브랜드 리무브(re,move)로부터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성냥 굿즈와 리플렛 제작을 의뢰받아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입니다. 해당 작업에서 가장 주요하게 요구된 사항은 “눈에 띄는 구조로 제작되어 함부로 버려지지 않는 리플렛”이었는데요. 제품과 함께 발송되는 리플렛이다 보니 대부분의 고객들이 살펴보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어요.

저는 성냥과 리플렛 모두 제작해야 하는 이 프로젝트의 특성을 이용하여 리플렛에 성냥 패키지라는 ‘쓸모’를 입혔습니다. 리플렛이 버려지지 않고 실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요. 사용자가 성냥을 사용하려면 리플렛을 펼쳐 볼 수밖에 없고, 리플렛을 펼치고 성냥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리무브라는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여러 차원의 목표가 존재하는 작업이었군요.
구조와 더불어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건 그래픽 주변에 배치된 ‘점 잇기 놀이’였어요.

맞아요. 구조에 대한 기획을 마친 후, 여성의 날이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그래픽 모티프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어요. <작은 불씨가 큰 불길이 될 거라는 믿음>이라는 주제로부터 ‘작은 점들이 모여 하나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점묘화와 점잇기 놀이’를 떠올렸습니다. 수많은 여성 개개인의 투쟁과 연대가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냈던 여성의 날과 노브라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대중화에 앞장서는 리무브가 ‘점묘화’, ‘점잇기 놀이’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리플렛 외부 커버에는 일렁이는 불꽃과 숫자 점을 배치했어요. 숫자 점은 각각 작은 불‘씨’를 상징하고, 그 불씨를 따라 선을 그어보면 더 큰 불꽃이 그려질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습니다. 이는 다양한 선택권에 앞장서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영어 타이포그래피 “IT ONLY TAKES ONE FLAME TO START A FIRE”는 정돈된 고딕체와 드라마틱한 필기체를 섞어짜기 하여 제작했는데요. 이는 리플렛의 메인 그래픽인 점 잇기 놀이의 점과 점 사이 이어지는 자유로운 선을 표현하고, 여성의 연대와 자유로움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클라이언트가 요구했던 과제와 디자인의 목적이 잘 어우러졌던 것 같아요.
리플렛과 성냥갑을 실물로 제작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나요?

아이디어를 쌓아가는 과정도 과정이지만, 성냥 수급과 리플렛 인쇄 및 제작 과정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아무래도 리플렛의 구조가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다 보니 종이를 접었을 때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거든요. 수많은 종이로 시제품을 만들어 보며 실험하고, 인쇄 업체 담당자분들께 여러 차례 컨펌을 받은 기억이 있네요.

또, 예정되어 있던 성냥 제작 업체에서 해당 성냥이 국내 수급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아 새로운 업체를 찾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압박감이 드는 에피소드가 간혹 있었지만, 새로운 구조의 리플렛을 제작해 보는 시도를 한 덕에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어요. 이 경험이 성장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이 성냥갑과 리플렛 작업은 정인님께 어떤 작업으로 기억될까요?

디자인으로 기획 의도를 표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작업물의 실용성까지 고민하다 보니 전체적인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 같아요. 제가 만든 디자인이 인쇄되어 홍보물로 만들어지거나, 어딘가에 전시되는 과정에서 여러 제약과 돌발 상황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은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갈 때 특히 실무능력이 많이 향상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기획 의도에 대한 이해와 디자인적 풀이 방법에 대한 깊은 고찰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정인님의 작업을 보면, 같은 오브제의 반복적 표현, 3D, 네온 컬러의 사용 등 정말 디지털 작업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이런 현실 세계를 벗어난 듯한 표현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시각물 속 요소들과 형태들이 촘촘하게 연결되는 흐름을 만들어 하나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디자인 방식을 추구합니다. 단일한 기법이나 표현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풀이 방법을 탐구하고 있는데요. 작업에 있어서 최대한 다양한 표현방식을 시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는 편이라 “디지털 작업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아요.


포스터에 제가 드러내고 싶은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일까 항상 고민하는데, 그러다 보니 디자인 밖의 분야까지 관심을 두게 됐어요. 그래서 작년부터 3D, 모션, 사운드 같은 제가 최근에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의 현업에 계신 분들과 협업하여 <in the. Complexroom>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머릿속 생각들을 영상으로 시각화하여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전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미디어 아티스트 컴플렉스룸(complexroom)과 백상하 오디오 아티스트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지속한지 7개월이 넘어가는 지금은 굉장히 낯설었던 다른 분야의 창작자분와의 소통이 익숙해지고, 저의 그래픽 작업 표현의 풀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표현방식에 대한 탐구와 배움을 이어가서 제 작업에 아낌없이 적용해 보고 싶어요!



최근 작업 중  Chat GPT를 활용하여 가상의 전시를 기획한 <동화의 숲>의 포스터를 봤어요. 디자이너로서 인공지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어떻게 활용하신 적이 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주변에서도 AI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리더라구요. 아무래도 chat gpt를 이용한 사진이나 디자인 작업물들이 너무 감쪽같아서 우승작으로 뽑히거나 하는 사례들 때문에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직업의 전망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chat gpt를 직접 이용도 해보고 chat gpt를 활용한 여러 콘텐츠를 지켜보면서 대화형 인공지능이 놀라운 수준까지 성장했고,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정말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만 chat gpt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디자이너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디자인이라는 것은 단순히 미적인 아름다움 등 시각적인 부분을 넘어선 창작자만의 독특한 해석과 설득의 과정이 있거든요. 이는 단순히 창작의 주체의 입장을 넘어서 창작물을 접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창작자의 의도를 해석하고 감상하고 비교해 보는 것이 큰 재미요소입니다. ai가 아무리 그럴듯한 비주얼의 디자인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좋은 창작물의 기준은 인간에게 있기에 대체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충분히 공존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침 '주어진 서체를 활용해야 한다’라는 조건이 있는 디자인 프로젝트가 들어왔고, 저는 문득 이 프로젝트에 chat gpt를 활용해 보고 싶었어요. 프로젝트에 사용해야 하는 서체는 볼드하고 자유로운 형태의 획이 특징이었는데요. 이는 동심과 모험심을 자극하는 어린이 행사에 적합해 보였고, 저는 chat gpt에게 “가상의 어린이 전시의 이름, 기간, 주최측을 만들어줘“라고 질문했습니다. 제 첫 질문에 대한 gpt의 답은 많이 허술했지만 이내 질문에 질문을 정교하게 쌓아가며 나름의 그럴듯한 가상의 전시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이정인 디자이너가 Chat gpt를 활용하여 기획한 가상 전시 <동화의 숲: 나만의 길을 찾아서>의 포스터

가끔 동료 혹은 친구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하다 보면 생각이 확장되고,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되지 않나요? 저는 chat gpt와 대화하며 그러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물론 제 첫 질문에 대한 gpt의 답은 많이 허술했지만 이내 질문에 질문을 쌓아가며 나름대로의 그럴듯한 가상의 전시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chat gpt를 활용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chat gpt의 능력보다도 어떻게 이용하는지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적절한 규제와 발전하는 기술에 발맞춰 따라가는 저작권 의식 안에서 유용하게 ai 활용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요즘 궁금했던 이야긴데, 자세히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해요.
혹시 정인님은 디자이너로서 도전해 보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화면 속에만 존재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스크롤 아래로 사라지는 디자인에 자주 아쉬움을 느껴서인지, 만져지고 경험할 수 있는 물성이 있는 디자인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항상 있는 편인데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몇 개를 실물로 제작해 보려고 해요. 또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동료들과 관련 간행물을 발행하거나 전시를 기획해 보고 싶은 목표가 있어서 올해 중으로 뭐라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스튜디오 인더그래픽스, 디자이너 이정인의 작업은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나요?

저는 디자인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요. 여러 사람에게 인상 깊은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확성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픽은 그 메세지를 표현하는 수단이고, 앞으로도 더 크고 선명하게 전달되는 방법을 계속해서 탐구하고 싶습니다.

[제5회 오버더레인보우] 키비쥬얼 작업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된 도록 (표지 점자 디테일)

나아가서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고 싶습니다. 자유와 평등, 인간의 존엄성 등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을 그래픽으로 표현하여 여러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을 해보고 싶습니다.



오늘 인터뷰 함께해 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인더그래픽스는 제가 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한 지 3년 차에 접어들 때쯤 혼자 독립해 설립한 신생 스튜디오예요. 지금 같은 시점에 근사한 업체와 협업을 하고, 노트폴리오의 인터뷰에 함께할 수 있어 참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즐기며 작업하는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많이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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