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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folio interview with KATH
어떤 작업을 해야할지, 뭘 그려야할지 막막한 많은 창작자들에게 음악은 믿을 수 있는 안전망일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이 주는 마음의 동요는 뭐라도 만들게 만드니까. 또 세상에 들을 음악은 얼마나 많이 있는지, 또 요즘은 얼마나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라는 말은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한예종에 입학 후 '나만이 할 수 있고,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던 KATH 작가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이야기를 소개한다. KATH가 추천하는 음악 세 곡까지 꼭 들어보길 바라며!
Kath 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음악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캐쓰(KATH)로 활동 중인 권민지 입니다. 성공한 덕후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듣고, 공부하고, 그립니다.
‘음악’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그림을 그리시는 것 같아요.
어쩌다가 음악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셨나요?
학교 입시를 오래 했어요. 삼수 끝에 그토록 원하던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지만, 정형화된 입시 그림 스타일만큼은 벗어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나만의 표현 방식’을 오랜 시간 고심했어요. ‘내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던 저는 바로 그림 아카이빙용 SNS를 만들었습니다. 즐겁게 그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림 다음으로 좋아하는 건 뭐였는지 고민해 봤죠.
고민 끝에 나온 답은 바로 ‘음악’이었어요. 중학생 때부터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거의 매일 들은 애청자인 저는 시대 불문 해외 곡들을 접하며 하나하나 공부했어요. 그래서 내가 오늘 들었던 음악과 뮤지션이 누군지 그림과 이를 소개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취향을 가진 분들이 하나둘 저를 팔로우하기 시작했어요. 저의 SNS는 그림과 함께 음악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는 즐거운 소통 창구가 되었습니다. 저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여기에 좋아하는 음악 공부가 더해지면서 덕질하듯 제 그림을 이어오고 있어요.
Kath님의 그림에는 음악과 더불어 ‘색연필’이라는 키워드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언젠가부터 입시 때문에 익숙했던 도구인 수채화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고3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색연필에 눈이 갔고, 지금까지도 이어서 그리고 있습니다. 주로 유성 프리즈마 색연필을 사용하는데, 어떤 종이 위에 올려도 발색이 뚜렷하고 잘 블렌딩 되는 성질을 갖고 있어서 과감하게 쭉쭉 그어가며 칠해요. 오밀조밀 옅게 쌓아 올리는 방식과는 정반대로요. 그래서 저는 그림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해요. 그리고 따뜻한 질감과 색감을 좋아하는 저에게 최고의 건식 재료가 아닌가 싶어요.
무엇보다 손 그림에는 디지털 그림과는 다른 따뜻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전공이 애니메이션이기에 신티크와 아이패드를 활용하는 디지털 작업에도 애정을 갖고 있지만, 손수 그린 그림을 스캔해서 종이 눌림 자국이 남아있고 색연필 가루들이 의도되지 않은 부분에 박혀 있는 아날로그 결과물에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 (비록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되긴 했지만요.) 전 이런 ‘물성의 그림’이 가진 매력을 전하고 싶어요. 올해 1월에 열었던 첫 개인전에서도 찾아와 주신 많은 분이 원화를 눈에 오래 담아가시는 모습을 보며, 손 그림으로 저의 이야기들을 더 다채롭게 풀어내고 싶어졌습니다.
그럼 Kath님은 작업할 때 노래가 빠질 수가 없겠네요.
노래와 함께하는 작업 프로세스도 궁금합니다.
매일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들으려고 노력하고, 그중에도 ‘짜릿하게’ 다가온 뮤지션이 있다면 열심히 찾아 공부하고 그림으로 옮겨요. 과거 시제의 것들을 좋아하다 보니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영상이나 글 자료들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비록 옛날 음악이지만 저에게는 모두 새로운 신곡이거든요. 그림으로 공유하기 전에 이 음악가가 어떤 활동들을 해왔고 어떤 스토리가 있었는지 함께 담아내면 제 그림에도 의미가 더해진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그림만으로 소통하기보단 저의 감정과 이야기를 함께 옮기려고 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그림으로 표현했던 저의 두근거림과 설렘도 함께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여행을 갈 때도 ‘음악 여행’이라는 테마를 잡고 다니는 편이에요. 맛집보다는 박물관이나 레코드숍을 들러서 사진으로 담아옵니다. 그럼 이게 또 저만의 콘텐츠로 쌓이면서 그리고 싶은 것들이 생기거든요. 어떻게 보면 음악이 저에게 영감의 소재이자,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죠. 그간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다녀갔던 레코드숍들을 그려서 저만의 2023년 달력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요즘은 음악을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음악과 함께하는 작업 중, 가장 뿌듯했던 작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2021년 크리스마스에 출간한 <판타스틱 뮤직 보야지>을 소개하고 싶어요. 록의 뿌리 장르인 ‘블루스’의 본고장 시카고와 재즈의 근원지 뉴올리언스를 다녀오고 쓴 음악 일기 만화입니다. 가서 매일 일기를 기록하고 사진으로 담아왔어요. 원래 이 책은 저의 졸업 작품이었어요. 분량이 많아 시카고 여행이야기만 제작해서 텀블벅을 통해 독립 출판을 하게 되었고, 운 좋게도 출판사 마인드빌딩과 닿게 되어 뉴올리언스 이야기까지 추가로 그려서 발간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국적 나이 불문 서로 즐거움이 배가 되고 또 재미있는 일화들이 많이 생기거든요. 여행지를 다니면서 어떤 음악을 들었고 모험을 했는지, 어디를 다녀왔는지 등 여행 꿀팁과 함께 그린 저의 자식(?) 같은 책입니다. 감사하게도 음악평론가 임진모 선생님과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님께서 추천 글을 써주셔서 영광이었던 작업이었어요. 이후 <판타스틱 뮤직 보야지>를 소개하기 위해 소설가 윤고은의 EBS 북카페에도 출연하게 되었어요. 여러모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준 소중한 작업입니다.
워낙 노래를 많이 들으시는 것 같아서, 믿고 듣는 Kath 추천곡이나 콘텐츠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뮤직비디오 먼저 소개해드리자면, 프랑스의 신스팝&일렉트로닉 음악 듀오 폴로 앤 팬(Polo & Pan)의 ‘Feel Good’ 뮤직비디오를 소개하고 싶어요. 기존에 제작하기로 한 앨범이 COVID19로 무산되면서 EP로 2021년에 먼저 나온 곡이에요.
난파를 겪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음악은 얼음통에서 갓 꺼낸 사이다처럼 청량한데요, 앙트완 보넷(Antoine Bonnet)과 마틸다 루베(Mathilde Loubes) 두 프랑스인 듀오 감독이 만든 이 뮤비는 폴로 앤팬의 음악적 분위기를 배가 되게 도와줬어요.
프레임 바이 프레임으로 제작한 거친 애니메이팅 질감과 시원한 이미지가 무척 아름답죠. 제가 2022년 밴드 더 보울스(The Bowls)의 2집 수록곡 ‘Square’의 뮤직비디오를 작업할 당시 많은 영감을 준 영상이었습니다.
다음으론 여러분들이 꼭 들어주셨으면 하는 노래 세 곡을 꼽아볼게요.
김수철 - ‘가지마오’(1988)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 초!’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 의 주제곡을 작사, 작곡한 김수철의 노래 ‘가지마오’를 추천하고 싶어요. 동요 말고도 하드록과 록 음악을 중심으로 영화음악과 국악 등 장르를 넘나들며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계신, 제가 제일 존경하는 싱어송라이터입니다. 그의 전방위적인 창작력과 에너지를 배우고 싶어요. 저도 나이 들어서도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게 꿈이거든요.
데렉 앤 더 도미노스 - ‘Layla’(1971)
전설의 블루스 뮤지션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소속했던 밴드의 곡입니다. 7년 전에 일본의 레코드숍에서 흘러나와서 바로 직원에게 물어 알게 되었던 곡이에요. 세월이 흘러 에릭 클랩튼을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저의 웨딩 마치 연주곡으로 쓰였던 음악이랍니다. 곡 러닝타임이 7분으로 꽤 긴데 아웃트로 부분에 피아노 선율이 아름답게 흐르거든요. 저는 에릭 클랩튼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멋진 친구를 많이 사귀었어요. 이렇게 음악은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 ‘Ziggy Stardust’(1972)
저의 최애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입니다. 반짝반짝 화려한 옷과 진한 화장을 하고 ‘글램록’ 장르에 큰 영향을 준 그에게는 다양한 페르소나가 있었습니다. 소개해드린 노래제목의 ‘지기 스타더스트’도 그중 하나입니다. 어떠한 장르도 자기만의 스타일로 흡수해서 카멜레온 같은 예술활동을 했던 그의 음악을 들으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시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해준 곡입니다.
올 여름, Kath님이 추천해 주신 노래를 들으며 잘 지내볼게요.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은 저는 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멋진 음악을 들었을 때 느꼈던 짜릿함과 설렘을 오늘도 그림에 담아봅니다. 우리 모두 오늘도 열심히 덕질하며 살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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