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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여인 Jul 31. 2019

남 생각으로 하루종일 산 날

노란색 원피스

얼마전 기분 전환 겸 아주 밝게 머리색을 하고 연핑크로 색을 넣어달래야지 하며 미용실에 갔다. 막상 의자에 앉으니 잡혀있는 미팅과 강의 그리고 얼마전 요청이 온 서울도서관 광장에서 할 '우리말 낭독회' 등이 생각났다.


‘연핑크빛 머리로 우리말 낭독이라니, 아마 나를 아주 가벼운 작가처럼 볼지도 몰라’


이런 생각들로 결국 짙은 갈색으로 머리를 하고 미용실에서 나왔다.


그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옷가게에 들어갔다.


처음 들어간 집은 귀여운 얼굴을 한 곰돌이와 잔잔한 꽃무늬가 들어간 노란빛 화사한 원피스가 걸려있는 상점. 옷을 들고 거울 앞에 서 보기도 하며 만지작 거리다 또 이런 저런 생각이 났다.


‘10대들이나 입을 것 같은 원피스인데 내가 입어도 괜찮을까’

‘너무 어려보일려고 애쓴다고 한다고 할 것 같아’


결국 그냥 나왔다.


세번째에 들어간 집은 구두 집이였는데 색색별로 다양한 신발을 파는 집이였다. 그 중 진한 핑크끈이 리본처럼 묶여 있는 꽤 높은 웨지힐이 눈이 띄여 신고 거울을 보았다.


‘핑크빛 리본이라니 참 예쁘지만 30대 중반이 신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가’

‘그래 굽도 높아서 불편할꺼야’


하면 나와버렸다.


그렇게 여러 상점을 돌고 집에 와서 산 옷들을 보니 검정 원피스에 남색 단화 그리고 갈색 머리를 한 나. 집에 있는 옷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누구는 날이 갈 수록 더 나만 생각하며 멋쟁이로 산다던데 오늘은 이상하게 마음이 더 움츠려 든다.


나를 위해 기분 전환을 하러 나가서는, 하루종일 남 생각을 훨씬 더 많이 하고 온 것이다.


그나저나 씻고 잠자리 누우니 더욱 선명해지는 그 연노란 원피스와 핑크리본 웨지힐.


‘누가 사가면 어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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