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봇산업이 놓친 것

by 신성규

삼성과 LG는 ‘집사 로봇’을 꿈꾸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출시를 취소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들이 이미 로봇청소기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사의 상징’이 될 만한 기능이, 가장 단순한 형태의 로봇 속에서 이미 해결되고 있었던 것이다. 로봇청소기는 청소와 더불어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는 등의 관리의 기능이 탑재되어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제품 실패가 아니다. 이는 시장 감각의 둔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람들은 당장의 모든 일을 해주는 로봇을 원하지 않는다. 기술은 아직 그만큼 완성되지 않았고, 소비자는 그런 거대한 비전을 기다릴 만큼 인내심이 없다. 소비자가 찾는 것은 단 한 가지, 일상 속에서 압도적인 편리성을 주는 하나의 기능이다.


로봇청소기는 그 압도적 기능의 상징이었다. 사람들에게 ‘청소’라는 노동을 없애주는 경험은 단순하면서도 혁명적이었다. 바로 이 단일 기능이 로봇을 생활 필수품으로 만들었고, 시장을 열었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그 순간을 놓쳤다는 점이다.


진정한 로봇 전략은 ‘만능 집사’를 꿈꾸는 것이 아니다. 단일 업무에서 압도적 혁신을 만들어내고, 그 기술을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로봇청소기에서 확보한 기술은 장애물 인식, 공간 맵핑, 소형 자율주행 기술로 이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또 다른 생활 로봇이 탄생한다. 이런 진화의 사슬이 곧 로봇시장을 개화시킨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비전을 너무 크게 그리려다, 발밑의 혁신을 놓쳤다. ‘집사 로봇’이 아니라, ‘하나의 일에 특화된 로봇’에서부터 출발했어야 했다. 소비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압도적 편리성은 늘 단순한 데서 발견된다.


로봇산업의 역사는 곧 이 단순함을 알아보는 눈이 있는가의 문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삼성과 LG는 그 눈을 닫은 채 거대한 꿈만 좇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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