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의 크기가 크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너무 큰 바에서는 시선이 분산되고, 손끝으로 닿는 경험조차 희미해진다.
작은 공간, 아늑한 구석, 은은한 조명 속에서야 사람은 집중할 수 있다.
집중할 수 있을 때, 한 잔의 향과 온도,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손길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요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과하게 차려진 안주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무거운 접시 위에 놓인 화려한 음식보다, 가벼운 말 한마디, 바텐더의 언어가 더 진한 만족을 준다.
그의 손길과 말이 곧 안주가 되고, 술과 어울려 온몸으로 스며든다.
바텐더가 재료를 다루는 소리, 얼음을 다루는 손짓, 잔에 담기는 액체의 흐름.
그 모든 것이 이야기고,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의 식사다.
나는 술과 이야기가 교차하는 지점에 머무른다.
거기서만, 세상의 소음은 멀어지고, 나는 오롯이 ‘경험’ 속에 존재한다.
작고 단순한 것이 때로는 더 깊다.
작은 바, 적당한 위스키, 한두 잔의 칵테일, 그리고 바텐더의 언어.
이것이 내가 바라는, 충분히 충만한 밤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