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고독

by 신성규

나는 언제부턴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세상의 속도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나에게 너무 느렸다.

말을 시작하면, 나는 이미 열 가지 결론을 떠올리고 있었고,

상대는 아직 첫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기다렸다.

문장을 꺾어 다시 설명했고, 비유를 덧붙였다.

하지만 그조차도 아득했다.

마치 언어가 아니라, 애초에 사고의 뼈대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평생 이런 속도의 고독 속에 살게 될 것임을.


어린 아이에게 세상의 원리를 차근차근 설명하듯,

앞으로의 인생 대부분을 ‘설명하는 삶’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하지만 이 예감은 슬픔보다도 더 깊은 무엇을 데려왔다.

그것은 불가역성이었다.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나의 사고는 멀리까지 가버렸고,

기다리는 동안 나를 소모했다.

사고의 날개를 접고, 숨을 죽이며, 다시 돌아와야 했다.


그런 반복 끝에, 나는 질문하게 된다.

과연 나와 같은 속도로 걸을 수 있는 존재는 존재할까?

아니, 존재하더라도 그들은 다른 고독에 묶여 있을까?


나는 이 고독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속도를 억제하는 대신, 나의 사고를 더 높이 세우기로 했다.

혼자서라도 멀리 가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속도의 외로움을 안은 채,

그 외로움마저 내 세계의 일부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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