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by 신성규

겨울은 그냥 추운 계절이 아니다.

겨울은 나를 파괴시킨다.

내 감수성이 너무 깊어서,

그 차가운 공기 하나에도

심장이 쪼그라든다.


겨울은 내게 끔찍함 그 자체다.

나는 사람처럼 굴지 못한다.

손끝은 트고, 입술은 터지고,

사람들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지만

나는 숨을 곳이 없다.


사람들은 눈이 예쁘다느니,

연말 분위기가 어쩌니 하지만

그건 히터 잘 돌아가는 집에서나 하는 소리고,

난 그 계절이 오기만 하면

폐 한구석이 얼어붙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내린다 —

나는 따뜻한 곳에 살아야만 한다.

햇빛이 사람을 때리는 나라,

모든 게 썩어가도

그래도 뜨거운 해가

몸뚱이를 덥혀주는 그런 곳.

그런 곳에 가서

이 지긋지긋한 감정들

서서히 말려버려야 한다.


사람들은 몰라.

너무 예민한 감수성은 재능이 아니라 병이다.

겨울은 그 병을 부추기고,

나는 그 병에 침몰한다.


그리고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또 새해가 밝는다지.


인간에게 필요한 건 철학도, 신념도 아니다.

따뜻함이다.

딱 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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