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는 왜 치킨이어야 하는가

by 신성규

한식의 세계화를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는 김치, 비빔밥, 불고기 같은 ‘전통’의 무게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세계는 ‘정통성’보다는 ‘접근성’을 통해 문화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접근의 가장 완벽한 매개체가 있다. 바로 치킨이다.


치킨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보편적인 음식이다.

미국의 프라이드치킨, 일본의 가라아게, 이탈리아의 밀라네즈, 남미의 그릴치킨까지—치킨은 문화의 경계선을 가장 쉽게 넘는 단백질이다.

그러나 한국의 치킨은 다르다.


한국식 치킨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기술의 축적과 감각의 집약체다.

50가지가 넘는 소스, 맥주와의 페어링 문화, 그리고 배달 인프라의 정교함까지.

이 모든 요소가 결합하여 치킨은 한식의 ‘경험화된 상징’이 되었다.


김치가 문화라면,

치킨은 체험 가능한 한식이다.


더 나아가 치킨은 민주적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쉽게 수용되며, 포크 하나만으로도 즐길 수 있다.


우리가 치킨을 통해 한식을 세계화한다는 것은,

단지 한국 음식을 팔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정교함, 실험성, 그리고 유쾌한 감각을 파는 것이다.


김치는 발효의 상징이고, 불고기는 전통의 기억이지만,

치킨은 현재진행형의 한식이다.

이제 세계는 그것을 맛볼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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